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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김영란법’과 언론인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 법은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 된다. 지난 2012년 제정안이 발표된 지 6년여 만이다. 이제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향한 새롭고 강력한 최소한의 기준이 만들어 진 셈이다.

한국이 부패한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지낸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15년 국제투명성기구는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가 100점 만점에 56점이라고 발표했다. 168개 대상국 중 37위다. OECD 34개 회원국으로 좁히면 27위에 머물고 있다. 이웃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은 20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선진국 진입과 국가 경쟁력, 그리고 대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부패 척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이번에 법 제정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시행이 더딘 것은 언론사와 사립학교 관계자들을 공직자에 포함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헌법 소원 때문이다 헌재는 이에 대해 청렴성은 민간 부문에도 요구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언론이나 교육 분야도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나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을 이끌어 내기 위해 1년4개월을 허비했다.

언론이나 교육의 핵심가치가 청렴과 정직성이라는데 토를 달 순 없다. 하지만 투명하고 공정하고 양심대로 알리고 가르쳐야 하는 중요한 사회의 기둥들이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자업자득인지도 모른다. 사이비 언론의 타락한 모습이나 촌지 수수 등 일그러진 교육계의 일탈이 심심치 않게 알려지고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되어 온 터이다. 자정(自淨)을 꾀했지만 지지부진했다. 김영란 법 시행으로 말끔하게 씻어질까?

높은 수준의 언론자유를 구가하는 나라의 경우 언론에 대해서 법으로 통제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 법을 포함한 언론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나 간섭이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불러 와 표현의 자유나 언론(기관)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공짜 여행(junket), 선물(freebies), 뇌물(bribe) 그리고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등이 단골로 등장하는 사안들이다.

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보다는 강력하고 촘촘한 윤리강령을 채택하여 이를 준수하도록 교육하고 독려하는 방법으로 언론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구성원들도 명예와 자존심으로 자기 영역을 지키고 있다. 아무튼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남은 일은 당사자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달려있다.

이쯤해서 도덕경의 경구가 떠오른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고 그칠 줄 아는 사람은 위태로움을 당하지 않고 영원히 살게 됩니다’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은 금품수수보다 더 나쁜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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