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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검찰 수사] 핵심인물 日서 ‘두문불출’…수사 장기화로 가나
-서미경ㆍ고바야시 마사모토 등 일본서 장기 체류 움직임

-강제수사 사실상 어려워 檢 골머리, 난국 타개 위한 묘수 ‘주목’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핵심인물들에 대한 소환 국면을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과거 신격호(94) 총괄회장 등이 활용했던 ‘일본 도피 후 장기 체류’ 전략이 사실상 그대로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가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검찰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묘수를 꺼내들 지 관심이 모아진다.

17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주로 예상됐던 서미경(57) 씨에 대한 소환조사 일정이 좀처럼 확정되지 않고 있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 씨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 일본으로 건너가 외동딸 신유미(33) 롯데호텔 고문과 함께 모처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씨 모녀는 신 총괄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지만, 서 씨 측은 개인사정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출석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서 씨) 변호사와 접촉 중”이라고 짧게 밝혔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은둔의 삶을 살았던 서 씨가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되는 검찰의 공개 소환 요청에 쉽게 응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핵심인물로 지목된 고바야시 마사모토(67) 전 한국롯데캐피탈 대표 역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6월초 돌연 일본으로 출국한 이후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롯데캐피탈 대표직을 사임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재무책임자(CFO)이기도 한 그는 롯데 일가의 자금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당시 롯데 측은 “고바야시 전 대표가 일본 롯데홀딩스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까지 검찰의 소환 조사를 피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롯데는 과거에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자 핵심인물이 일본으로 출국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회피한 전력이 있어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 지난 2003년의 경우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시작되자 신 총괄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수사가 마무리된 시점에 귀국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홀수 달은 한국, 짝수 달은 일본에 머무르는 ‘셔틀 경영’을 해 왔지만 기존 일정을 포기하고 일본에 10개월여 동안 체류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들이 해외 체류를 선호하는 이유는 롯데그룹이 일본에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고, 사법당국 간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는 이상 강제수사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검찰은 전날 정부 상대로 가짜 서류를 작성해 세금 270억원을 부당하게 환급받은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롯데케미칼은 해외 원료수입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 받고 있어 구속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 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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