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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너무 잦은 정책 뒤집기…공직사회 복지부동이 문제
일선 부처의 주요 정책이 뒤집히는 일이 너무 잦아 정부 신뢰도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기요금과 사드 등 국민의 생활과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들조차 수시로 바뀌기 일쑤다. 물론 정부 정책은 절대 불변이 아니다. 상황 변화와 수요자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범위가 예측가능하고,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정책 담당자들은 비등하는 여론에는 꿈쩍도 않다가 ‘윗선’에서 한마디 해야 비로소 움직이는 게 이제 고질병이 됐다.

전기요금 누진제 파동이 그 대표적 사례다. 살인적인 더위에도 에어컨조차 켜지 못하는 불합리한 가정용 전기요금 불만이 펄펄 끓었다. 그런데도 정책 당국은 ‘하루 4시간만 켜라’며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타깝다’고 한마디 하자 그날로 당장 ‘개선안’이 나왔다. 이렇게 생산된 땜질 정책이 제대로 기능할리가 없다. 이러니 정부 정책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전기요금 뿐만이 아니다. 사드 부지 선정과 관련해서는 ‘제 3의 장소는 없다’던 국방부가 ‘성주군 내 다른 부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부결됐던 환경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안이 상부 정류장 위치 변경을 전제로 다시 승인됐다. 대기업집단 기준 변경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당초 입장과 달리 10조원으로 상향조정됐다. 민자로 검토하겠다던 춘천-속초 고속철 건설이 정부 재정사업으로 돌연 바뀌기도 했다. 이런 예는 일일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정부 정책이 기준도 원칙도 없이 수시로 춤을 추는 것은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탓이 크다. 한번 정해진 정책을 다시 손대게 되면 수혜자들의 이해가 엇갈려 뒷감당이 만만치 않다. 굳이 먼저 움직여 공연한 일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이 정책 개선을 지시하는 방식도 문제다. 해당 부처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조정안을 마련해야 하나 이런 조율 과정이 없다. 마치 시혜 베풀듯 생색내며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은 포퓰리즘 정치와 하등 다를 게 없다.

정책 당국자들이 여론에 귀를 열고 합리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수학여행 금지’, 메르스 확산에 ‘낙타고기 안먹기’, 미세먼지 논란에 ‘고등어 구이’ 타령식의 현실 인식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공무원이 소신있는 정책을 생산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접시 깨는 사람을 타박하면 아무도 설겆이를 하려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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