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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어가는 제주 부동산①]토지거래는 ‘실종’, 건축 허가 신청은 ‘폭주’…왜?
-7월 토지거래 면적 한달새 반토막, 1년5개월만에 최저

-7월 신축허가는 전달대비 17.2% 증가, 올들어 최대

-인구 느는데, 투기 옥죄기 정책에 상당기간 관망세 예상



[헤럴드경제(제주)=한지숙 기자] “‘확’ 꺾였지요. 하루 10통 꼴로 오던 토지 매물 문의 전화가 지금은 한 통 밖에 오지 않아요.”(제주시 애월읍 A 중개사)

폭염에도 광복절 연휴 관광객들로 붐빈 제주에서 지난 12일 만난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부동산 분위기에 대해 예외없이 ‘꺾였다’고 답했다. 상반기 지가상승률 5.71%로 전국 최고를 기록하는 등 그동안 투자 열풍이 휩쓴 제주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지난 5월 제주도 투자 열풍이 한창일 때 분양한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는 759가구 모집에 1순위 통장 가입자가 무려 11만663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18대 1로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제주시 월평동 한화 꿈에 그린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크레인 뒤로 제2 첨단과학기술단지로 조성될 예정인 임야가 보인다. [사진제공 =JDC]

무분별한 난개발과 투기라는 ‘두더지’를 잡기 위해 제주도가 잇따라 내놓은 규제책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분석이다. 토지값은 하반기 들어 상승세를 멈췄고, 주택가격 역시 지난 5월 비수도권 주택담보대출규제 시행으로 투자 수요가 줄면서 주춤하고 있다.

지난 5월 제주도 투자 열풍이 한창일 때 분양한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는 759가구 모집에 1순위 통장 가입자가 무려 11만663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18대 1로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제주시 월평동 한화 꿈에 그린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크레인 뒤로 제2 첨단과학기술단지로 조성될 예정인 임야가 보인다. [사진제공 =JDC]

▶토지 수요 ‘관망’ 뚜렷=제주특별자치도가 분석한 7월 토지거래현황을 보면 필지는 5287필지로, 전월 대비 21.3% 감소했다. 거래 면적은 576만㎡로 역시 전월 보다 56.4% 감소하며 반토막났다. 거래면적은 지난해 2월(551만㎡) 이후 1년 5개월만에 최저다.

도의 부동산 투기 대책이 1년만에 실효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도는 지난해 5월부터 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을 시행하고 있다. 타지역 거주자가 1000㎡ 이상의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영경영계획서를 본인이 직접 작성해 제출하고 면담을 거쳐 농지 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후에도 도의 전수조사에서 비자경 농지로 파악되면 농업공시지가로 처분 또는 공시지가의 20%를 강제이행금으로 내야한다. 제주도의 공시지가는 2년새 40%가 급등, 강제이행금의 부담도 무겁다. 별수없이 농지를 매물로 내놓는 이가 많으면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제주도 월별 토지거래 현황. [자료 =제주도]

제주도는 지난 5월에도 농지를 사두고 농사를 짓지 않은 1018명(1293필지ㆍ134㏊)에 대해 1년 유예기간을 둬 해당 농지를 처분하도록 했다. 내년 5월을 기해 이런 땅들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염두한 수요자들이 관망으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된다. 더 강력한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일단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개발 제한 피하자” 건축허가 급증=토지 거래가 주춤한 사이 건축허가는 크게 늘고 있어 주목된다. 제주도에 따르면 7월 건축 신축 허가는 주거용, 상업용을 통틀어 831건으로 올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축허가는 ▷1월 525건 ▷2월 503건 ▷3월 643건 ▷4월 625건 ▷5월 632건 ▷6월 709건 등이다. 7월 건수는 한달 전 보다 17.2%, 1년 전에 비해선 34.6% 각각 증가한 것이다.

제주도 도시기본계획 변경안의 용도구역 변경 내용. [자료 =제주도]

현지 중개소들에 따르면 이는 이르면 10월 예정인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토지 소유주들이 선제적 대응을 한 결과다. 이 개정안은 타운하우스 등 공동주택의 무분별한 건축 제한을 담고 있다. 예컨대 지하수 보전을 이유로,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을 지을 때는 자체 정화조 시설이 아닌 기존 공공오수관 인프라와 연결하도록 했다. 1m 당 30만~50만원으로 비싼 오수관 매설비용을 감안하면 기존 인프라와 거리가 떨어진 지역 또는 기존 오수관 보다 위치가 높은 지역에선 현실적으로 주택 건축이 불가능하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주택 건축이 가능한 땅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 땅값도 양극화 전망=제주도가 지난달 공청회에서 공개한 ‘도시기본계획 변경안’을 보면 제주도 인구는 2025년까지 상주 73만, 체류 27만 등 100만명이 예상된다. 이는 2014년 기준 74만명 보다 26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도는 이 무렵에 필요한 주택 수는 32만7000호로, 2014년 보다 8만4000호, 매해 평균 8400호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이를 위해 곽지리, 사계리, 감산리, 하례리, 남원리 등이 도시지역으로 편입되고, 아라이동과 노형동, 연동은 녹지지역에서 주거지역으로, 함덕리와 인성리 일원은 1종 주거지에서 2종 주거지로 바뀌는 등 고밀도 개발이 추진된다. 반면 중산간지역, 해안변, 경관보전, 생태환경 지역은 엄격히 관리된다.

이 계획으로 미뤄 읍면지역에서도 거주민이 많은 취락지구에서 건축 행위는 문제되지 않지만, 앞으로 중산간의 건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산간이나 해안변 땅은 거래가 잘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경관 조례를 통해 개발이 불가능한 땅과 신제주 등 개발 유망지 간에 가격 차이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시 동고산로에서 중개업을 하는 김창남 동서남북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거래가 뜸한 이런 상황이 최소한 2~3년은 지속될 것 같다”면서 “구도심지에선 용적률 완화 요구 움직임도 있어, 길게 보면 제주도 땅도 서울 수도권처럼 뜨거운 곳만 달아오르는 ‘양극화’가 진행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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