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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나지 않은 친일파 소송 ②] “너 친일파지?”…몸싸움 부르는 이 한마디
[헤럴드경제=김현일ㆍ고도예 기자] 15일로 광복 71주년을 맞은 지금도 친일파는 여전히 논쟁적인 이슈다. 상대를 가리켜 무턱대고 ‘친일파’라고 비방할 경우 법원은 이를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준하는 범죄로 보고 유죄를 선고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제주지법은 경찰을 가리켜 ‘친일파의 후손’이라고 말한 한모(50)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한 씨는 2013년 9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여경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들을 갓길로 이동시키며 막아서자 막말을 퍼부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승만 정권 때 경찰 간부를 지낸 한 인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한 여경에게 “친일파의 후예들”, “친일파 경찰 할아버지를 둬서 행복하시겠다”며 비아냥거렸다.

광복 71주년이 됐지만, 지금도 ‘친일파’라는 말은 감정 싸움은 물론 몸싸움, 폭행, 소송을 부르는 단어가 됐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모욕죄로 피소된 한 씨는 법정에서 “사진을 찍는 경찰들에게 소속과 성명을 물었는데도 이를 밝히지 않아서 그랬다”며 정당행위였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한 씨에게 모욕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씨가 내뱉은 ‘친일파’라는 단어 역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모욕적 언사로 법원은 본 것이다.

친일파라는 표현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무거운 의미를 지니다보니 법원은 상대를 ‘친일파의 후손’이라고 주장할 때 그 사실 검증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소속 문모(51) 씨와 최모(47) 씨 역시 2013년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그의 아버지를 친일파라고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해 명예훼손 및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한 인터넷 언론에 게시된 역사학자의 기고문을 출처로 삼았다. 하지만 울산지법은 김 의원의 아버지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이들의 주장은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조상의 행적을 근거로 친일 여부를 주장하는 경우 표현의 자유의 폭이 좁아지고 더욱 엄격하게 내용을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친일가문이라는 주장은 김 의원의 사회적 평가를 크게 손상하는 것이고, 더욱이 가족 또는 친척의 행적을 근거로 김 의원을 평가하려는 경우 내용의 진실성 증명이 더욱 엄격하게 요구된다”며 “해당 유인물 내용은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기초해 피해자를 비방하는 데에 중점이 있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출처로 삼은 인터넷 게시글 자체도 김 의원과 정치적으로 상반된 입장에 있는 이들이 쓴 점에 비춰 신뢰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결국 이들은 2, 3심을 거쳐 각각 벌금 200만원과 70만원이 지난 5월 최종 확정됐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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