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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화 자산에 돈 몰린다①] “쌀때 사두자”…큰손들은 PB센터로, 개미는 환전센터로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1. 100억대 자산가 A씨(64세)는 최근 원/달러환율이 1100원선 아래로 내려가자 달러자산을 매입하기로 하고 증권사PB와 상담을 했다. 그는 현재 10%수준인 달러자산을 15%수준까지 늘리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에 1100원선 아래서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2. 직장인 B씨(32세)는 여름휴가로 해외여행을 준비하다 휴가비 외에 달러를 더 사기로 결정했다. 실시간 환전소 환율안내 어플리케이션 ‘마이뱅크’를 써보니 생각보다 편리해 직접 환투자에 나선 것이다. 연초 1200원이던 달러가 1090원선으로 내려온데다, 연말에는 다시 오를 것이라는 뉴스에 8%정도 수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점심시간마다 서울에서 가장 환전환율이 좋은 서울역 기업은행 환전소에 들러 매일 100만원 정도를 꾸준히 사고 있다.





달러에 돈이 몰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거액자산가부터 개인 투자자까지 ‘환(換)테크’ 열풍이다.

연초 달러당 1200원 수준이던 원화가 1090원선까지 강세를 보이자, 너도 나도 달러투자에 나선 것이다.

더구나 연말쯤이면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다시 원화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에 망설임 없이 ‘6개월 단타’에 올인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12일 주요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하반기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단기 하단은 1067.5원, 중장기 상단은 1227.5원으로 나타났다. 연말 연초까지 달러자산을 유지할 경우 약 14.98%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등의 여파로 달러당 1095.3원까지 떨어졌다. 종가기준으로는 14개월여만에 최저치다.

11일에는 이보다 4.2원 오른 1099.5원에 마감했지만 12일 장초반 소폭 하락하는 등 여전히 1100원선을 밑돌고 있다.
[사진설명=원달러환율이 1100원선 밑으로 떨어지자, 연말 달러강세에 베팅하는 투자자금이 달러화 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큰 손들은 이미 달러투자 상품 사재기에 나섰고, 1%대 예금상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개미들까지 환테크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달러 사들이는 큰손들…“연말까지 15% 먹자”=사정이 이러자 증권사의 달러투자 상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대신증권의 8월 1일 기준 달러자산은 3억 2572만달러다. 지난 6월 말 1억9844만달러에 비하면 한 달새 64.14% 급증했다.

7월 한달에만 1억1277억달러가 몰려든 것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달러 RP가 대부분이지만, 외에도 달러표시채권, 달러 ELS, 달러 주식 등에 대한 투자가 함께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장영준 대신증권 압구정지점 부지점장은 “최근 급작스런 원화강세에 달러매수를 문의하는 고객이 많다”며 “고액자산가 고객의 경우, 환투자보다는 전체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달러를 일부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위기가 왔을 경우 자산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달러의 가치가 빛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그는 “1100원선 아래서는 적극매수가 필요하다”며 “달러 RP를 1억정도 매수하는 경우 3번에 나눠 분할매수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추가적 원화강세가 예상되지만, 연말이면 달러강세 요인이 산적해있어 지금이 달러자산을 늘릴 적기라는 설명이다.

김운배 신한금융투자 산본지점 지점장도 “일반 직장인 등 젊은 고객문의도 늘었다”며 “공격적으로 단기투자를 노린다면 달러 ETF나 ETN을, 안정적이며 장기투자를 원한다면 RP나 달러 랩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RP나 랩의 경우는 환차익이 비과세 되는 혜택도 있다.

법인도 달러 투자= 최근 증권사들의 달러RP가 급증한데는 기업 등 법인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른 달러 파생상품 대비 안정적인데다가, 예금금리보다 높은 금리가 매력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6월 말 기준 8296만 달러 수준이던 달러 RP 잔고가 7월 말 1억5885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미래에셋증권의 달러 RP 잔고도 올 1월 4300만 달러에서 7월 말에는 올 들어 최대 수준인 1596만 달러로 늘어났다.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1억1600만 달러에서 1억2500만 달러로, 신한금융투자는 6월 2억5000만 달러에서 7월 2억66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법인기업들 중심으로 달러 RP 매입을 늘리고 있다”며 “달러 약세기에 미리 사두려는 투자심리가 있는 데다가 RP로 투자하면 일반 예금보다 달러 보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1%대 은행예금으론 만족 못해”…환테크에 나선 개미들=금융사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환테크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도 늘었다.

은행예금금리 1%수준에 실망한 개인투자자들이 쌈짓돈을 환테크로 돌리는 것이다.

11일 밤 9시쯤 서울역 기업은행 환전센터를 찾은 한 직장인(36세)은 “환율이 가장 좋다고 해서 퇴근 후 찾아왔다”며 “이번주부터 일일 개인 한도인 100만원을 꽉 채워 달러를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원달러환율이 1100원선 밑으로 떨어지자, 연말 달러강세에 베팅하는 투자자금이 달러화 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큰 손들은 이미 달러투자 상품 사재기에 나섰고, 1%대 예금상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개미들까지 환테크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환전센터 이용고객 대부분은 중국인 등 관광객이나 최근들어 환테크를 하려는 직장인과 일반인의 수가 확실히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창호 한국투자증권 PB센터 팀장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이머징(신흥국) 통화의 강세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달러 약세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달러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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