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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폭염과의 전쟁 ①] 숨 턱턱…‘지옥철 승강장’서 고생 많으십니다
-코레일 운영 1호선 용산역승강장 등 직접 가서 온도 재보니 35도

-환승객들 땀범벅 사투…“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없다” 큰 불만

-1~4호선 지하역 30%ㆍ지상역 20곳 냉방시설 없어 승강장 찜통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 #.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심모(차장ㆍ45) 씨는 퇴근시간만 되면 겁이 난다. 심 씨는 매일 퇴근길 1호선 시청역에서 출발, 용산역에서 내려 동인천직통열차로 환승해 동인천역까지 가야하는데 푹푹 찌는 무더위에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이 고통스럽다. 특히 지하철 이용객이 몰리는 퇴근시간에 무더위는 최고조에 달한다. 시청역 승강장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동인천직통열차로 갈아타야하는 용산역은 내리기 싫을 정도다. 시원한 전동차 안에 있다가 용산역 승강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훅하며 열기와 함께 짜증이 밀려온다. 2~3분 거리의 비교적 짧은 환승통로지만 걷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더 큰 문제는 열차를 기다려야하는 승강장이다. 지상인 용산역 승강장에는 전동차에서 내뿜는 열기와 몰리는 인파로 거대한 찜통 그 자체다. 심 씨는 “퇴근길 용산역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순간은 지옥이 따로 없다”며 “스크린도어로 둘러싸인 승강장에 전혀 바람이 통하지 않아 더 더운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지상 역사이기 때문에 에어컨 설치는 어렵다하더라도 대형 선풍기는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지난 1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지하철 1호선 용산역 승강장 온도가 35도를 웃돌아 외부보다 4도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 이후 22년만에 최악의 폭염이 이어져 한반도가 펄펄 끓고 있는 가운데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지하철 일부 역사 승강장에 냉방시설이 없어 이용객들은 바깥보다 오히려 더 높은 온도 탓에 땀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 지하역사 승강장 100곳 중 29곳은 냉방장치가 아예 없다. 2호선은 신천역을 비롯한 아현역ㆍ충정로역 등 5곳, 3호선은 구파발역ㆍ독립문역 등 18곳, 4호선 서울역ㆍ미아역 등 6곳의 승강장에 냉방시설이 없어 여름철 무더위에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상역사 20곳 모두 지하철을 기다리는 승객들을 위한 별다른 장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호선 지하철 노선 10곳은 모두 에어컨이 설치됐다. 용산역 등 1호선 지상구간 역사를 운영하는 곳은 코레일이다.

서울메트로에서 운영하는 역사 120곳에서 2015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덥다”는 민원은 455건에 달해 온도 관련 전체 민원(519건)의 87%를 차지했다. 

에어컨이 없는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승강장의 퇴근시간 온도는 34.4도까지 치솟았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5∼8호선은 역사 157곳 중 지하역사 154곳 모두에 터보 냉풍기와 자동온도 조절시스템이 구비돼 있어 역사 내 온도가 늘 28도 안팎을 유지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다만 지상역사인 청담역, 장암역, 도봉산역 3곳은 냉방장치가 없다.

지난 10일 심 씨의 퇴근길을 따라 실제 온도를 측정해보니 승강장은 찜통과 다름없었다. 오후 6시 10분경 1호선 시청역 실외 온도는 30.8도에 달했다. 해가 질 무렵이지만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열로 후끈했다. 비교적 이른 퇴근시간이라 승객들이 많지 않은 시청역 승강장은 29.8도를 보이며 외부 온도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차에 탑승하니 풀가동된 에어컨으로 내부 온도는 26~27도를 유지했다. 환승하기 위해 용산역에 내리자 온도계는 34도를 찍었다. 동인천직통열차를 기다리는 승강장은 34.9도까지 치솟았다.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부채질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매일 용산역에서 동인천급행열차를 이용한다는 대학생 A 씨는 “땀을 흘리고 지하철에 타면 냄새가 날까봐 걱정된다”며 “폭염으로 고생하는 여름철 선풍기 등 최소한의 장치는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상구간 승강장 내 냉방설비가 없는 당산역의 경우도 용산역처럼 바깥 온도를 웃돌았다. 11일 퇴근시간(오후 7시) 당산역은 34.8도를 기록해 그 시각 외부 온도 31도보다 4도 가량이 높았다. 냉방시설이 없는 지하구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현역은 33.8도, 충정로역은 34.4도까지 올라 서있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6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역사 냉방장치를 가동해 실내온도는 28도를 기준으로 습기제거 등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달부터 냉방장치가 있는 71곳 중 70곳에서 하루 중 가장 무더운 오후 1시 승강장 온도를 측정한 결과 26~28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5도를 웃도는 더위로 서울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던 지난 8일에도 역사 대합실과 승강장은 비슷한 온도를 유지했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역사에서 더위와 관련된 민원이 가장 많다”며 “역사 1곳당 냉방장치 설치 비용이 200억원이 들기 때문에 전면 개ㆍ보수는 쉽지 않다“고 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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