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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료 누진제 개편 급선회] 정부 ‘땜질식 처방’…요금폭탄 성난 민심 잡기엔 역부족

3~4단계 구간, 2~3단계 요율 적용
7월 사용분 소급적용방안 등 검토


정부가 전기료 누진요금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한 것은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데다 폭염이 한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8월 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에 대한 민심(民心)의 동요를 조기에 진화하지 않을 경우 ‘전기료 폭탄’ 논란이 8월 전기 사용량에 대한 요금 고지서가 가정에 발송되기 시작하는 9월 초~중순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서둘러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ㆍ여당 급격한 민심 동요에 급선회=정부는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논란이 일기 시작한 이번주 초에만 하더라도 기존 요금제를 고수한다는 입장이었다. 전기 사용을 억제하고 상대적으로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가정에 누진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국민정서에도 부합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정부는 누진제를 완화할 경우 ‘부자감세’와 같은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논리도 동원했다.

하지만 서민들이 전기료 부담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못한다는 원성이 터져나오고, 최대 11.7배에 달하는 누진비율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특히 500만 가구 이상이 8월 요금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여권내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6단계의 높은 요율을 적용받은 가구가 지난해 7월 전체의 24.6%에서 8월엔 43.5%로 급증했다. 가구수로는 530만에서 1007만 가구로 427만 가구 늘었다. 올해는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이런 가구가 500만을 넘을 전망이다.

매월 각 가정에 전기요금 고지서가 발부되는 시점은 검침시점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검침 후 2주 전후로 발부된다. 현재는 7월 사용분에 대한 고지서가 발부되고 있으며, 8월 사용분 고지서는 추석(9월15일) 연휴를 전후로 발부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전기료 폭탄 논란은 8월 사용분 고지서가 발부되는 추석 연휴를 전후로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부가 기존 방침 고수입장을 밝힌지 3일만에 한시적 인하카드를 꺼내게 됐다. 정부는 유가 인하 혜택을 공공요금에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여름철에도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한 적이 있어 올해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고(高)요율 구간 가구에 1단계씩 인하 검토=정부는 다양한 요금인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4단계(전력사용량 301~400kWh 구간) 요금(kWh당 280.6원)을 3단계(201~300kWh, kWh당 187.9원)로 낮춰 적용했다. 이를 통해 한국전력이 할인해준 전기요금은 총 1287억원으로, 530만 가구가 평균 7800원 정도의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폭염이 사상 최악의 수준에 이르고, 누진제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할인을 적용해주는 구간을 확대하고, 7월 사용분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급은 8월 또는 9월 사용분에 대한 요금을 청구할 때 할인금액을 제외하는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한전 측도 이런 소급 적용에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될 경우 가구별 할인금액은 가구별로 수천원에서 많게는 수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으로 전력 사용량이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따라 할인액도 달라지게 된다. 정부와 한전은 이에 대한 시물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현행 요금체계는 매우 복잡하다. 예를 들어 봄ㆍ가을철 도시 4인가구의 월 평균 사용량인 342kWh의 전기를 쓸 경우 300kWh까지는 100kWh 단위로 1~3단계의 요금이 적용되고, 42kWh에 대해선 4단계 요금이 적용된다. 여기에 10%의 부가세와 3.7%의 전략사용기반기금을 포함해 전기요금은 5만3000원을 내게 된다. 하지만 여름철 1.84kWh의 스탠드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 사용할 경우 전력 사용량은 780kWh에 달해 최고요율인 6단계 요금(kWh당 709.5원)를 적용받게 돼 전기료가 32만1000원으로 껑충 뛰게 된다.

이처럼 ‘폭탄’과 같은 여름철 전기료가 얼마나 경감될지는 할인폭과 범위가 결정돼야 정확한 계산이 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누진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이 없을 경우 가구별 할인금액은 체감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여, 누진제에 대한 논란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해준ㆍ배문숙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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