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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룰변경 견제 딛고 정상 지켜낸 진종오와 한국양궁
‘가장 확실한 금메달후보’라는 엄청난 중압감에 짓눌렸던 한국의 사격황제 진종오가 탈락 위기를 딛고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종목에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최초의 선수가 됐고, 개인적으로는 통산 4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실력만 놓고 보면 진종오가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2013년 변경된 규정은 ‘사격의 신’이라는 진종오마저 위협했다. 예선성적을 안고 결선을 치르던 방식에서, 결선성적만으로 겨루고 서든데스까지 도입했다. 한발만 부진해도 탈락할 수 있어 선수들의 긴장감은 배가됐지만 관중들은 손에 땀을 쥔다. 관중들의 응원도 허용했다. 이런 변화는 진종오에겐 또 다른 압박이 됐다. 실제 10m 종목에서도 시끄러운 응원에 흔들리며 메달획득에 실패했다. 50m 결선에서도 진종오는 한때 6.6점을 쏴 탈락위기에 처했다.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안정을 찾은 뒤 7위에서 1위까지 차근차근 올라서는 기적을 연출했다. 진종오는 경기 후 ‘사격의 묘미를 알려드리려고 그랬다’며 농담을 할 만큼 여유를 되찾았다.

진종오의 이번 금메달은, 현대 스포츠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정상에 서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특정 선수나 특정 국가가 독식하는 스포츠는 흥미가 없다는 이유로 해당 스포츠단체들은 끊임없이 규정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최고의 선수를 가려내는데 의의를 뒀지만, 이제는 시청자와 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는게 지상과제다.

사격에 불어온 변화는 미풍이다. 한국이 절대강자인 양궁과 태권도, 중국이 강한 탁구 배드민턴, 경기시간이 너무 긴 야구 등은 수많은 외풍을 맞았다. 양궁은 거리별 화살 수를 줄이고, 1대1 방식을 도입하고, 세트제를 실시하는 등 잇단 룰 개정을 통해 한국의 독주를 견제한다. 이를 극복하고 여자단체 8연패를 달성했으니 경이로울 수 밖에 없다. 중국이 절대강자인 탁구도 21점제를 11점제로, 3세트를 7세트로 바꾸고, 공 크기를 키우고 재질도 바꿨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태권도도 종주국인 한국의 독주를 막으려 국가별 출전체급수를 제한했다. 역시 중국이 강한 배드민턴도 종목별 출전선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런 인위적인 변화들이 스포츠 본래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견해도 있으며, 진정한 강자를 가려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거부할 수 없는 이상 이겨내야한다. 진종오나 양궁대표들처럼 정상에 오른 선수들이 뜨거운 박수를 받아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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