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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라, 리우! 힘내라, 코리아!] ‘新들린’ 진종오 “은퇴는 내가 사랑하는 것을 빼앗는 것”
50m권총 9번째 6.6점 탈락위기
이후 줄줄이 10점대로 대역전 ‘金’
세계사격 최초 동일종목 3연패
메달 6개 한국인 최다 타이기록


“이렇게 극적으로 이길 줄은 몰랐다. 나도 믿기지 않는다”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 센터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50m 권총 결선. 9번째 격발 점수는 6.6. 한국 응원단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순식간에 7위로 추락. 나흘 전 10m 공기권총에서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단 한 발의 실수로 중도 탈락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기적같은 드라마가 펼쳐졌다. 세계 ‘사격의 신’이 그린 만화같은 역전극이었다.

진종오(37·KT)가 세계 사격 최초로 올림픽 개인 종목 3연패를 달성했다. 짜릿한 역전극으로 한국 선수단에 4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대한민국 메달 순위는 6위로 올랐다.

진종오는 이날 50m 권총 결선에서 193.7점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1위에 올랐다. 은메달은 베트남의 호앙 쑤안 빈(191.3점), 동메달은 북한의 김성국(172.8점)이다.
[사진= 진종오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 센터에서 열린 50m 권총에서 세계 사격 최초로 3연패에 성공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고 있다. 리우=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1896년 아테네에서 열린 1회 올림픽부터 치러진 사격에서 3회 연속 같은 종목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진종오가 최초다. 세계 사격의 역사에 빛나는 이름 석 자를 올린 것이다.

진종오가 이날까지 수확한 올림픽 메달은 모두 6개(금4·은2)다. 양궁의 레전드인 김수녕(금4·은1·동1)이 보유한 한국 올림픽 최다 메달(6개)과도 타이를 이뤘다. 소름돋는 역전 드라마였다. 새롭게 바뀐 서든데스 룰에서 한 번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만회할 기회가 없다. 9번째 격발 실수로 진종오는 10m 공기권총(5위)의 악몽을 재현하는 듯 했다. 하지만 ‘신’은 달랐다.

10번째 발에는 9.6점을 기록하더니 11, 12번째에서 각각 10.4점, 10.3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13번째에는 9.8점을 쐈고 14번째에는 만점(10.9점)에 가까운 10.7점을 명중했다. 신들린 듯한 격발이 이어지며 순위는 쭉쭉 올라갔다. 3위까지 상승했지만 금메달을 낙관할 수는 없었다. 1위를 달리는 베트남의 호앙 쑨 빈(136.8점)과 진종오(133.3점)는 무려 3.5점이나 차이가 났다. 남은 6발로는 역전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15, 16번째에는 10.5점, 10.0점을 쏴 북한의 김성국과 공동 2위로 올라섰고, 18번째에는 10.2점을 기록, 김성국을 동메달로 밀어내냈다. 남은 총알은 2발. 진종오는 첫발을 10.0점에 쐈고 호앙은 8.5점에 그쳤다. 7위로 탈락 위기에 놓였던 진종오가 1위로 도약한 순간이다. 마지막 한 발. 진종오는 9.3점을 기록했고 호앙은 8.2점에 그쳤다. 세계 사격 역사가 새롭게 쓰여진 순간이다.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 총을 유달리 좋아했던 진종오는 강원사대부속고 1학년 때인 1995년 처음 사격계에 입문했다. 고등학교 시절 자전거를 타다 사고가 나 왼쪽 쇄골을 다쳤고, 대학 때는 축구를 하다 오른쪽 어깨가 부러져 철심을 박는 등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으로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자신만의 훈련방법과 루틴을 수년동안 기록하고 지켜오고 있는 그는 “은퇴한 뒤에 내가 오랫동안 기록한 훈련노트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진종오의 머릿속에 아직 ‘은퇴’라는 단어는 없다. 4년 뒤 도쿄올림픽에서 전무후무한 4연패에 도전한다.

진종오는 “후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직 은퇴할 생각은 없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라는 분도 계시는데 그 말씀은 자제해주셨으면 한다. 은퇴하라는 건 나에게 가장 사랑하는 사격을 빼앗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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