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더스카페] 일상의 빛나는 순간을 담은 윤세영의 수필집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올 여름 경북 성주는 참외보다 사드로 식탁에 더 자주 올랐다. 달콤, 시원하고 아삭함이 일품인 성주 참외를 웃으며 요란스럽게 먹지 못하는 계절이다. 수필가인 윤세영 씨에게 참외는 엄마다. 참외를 좋아했던 엄마는 자주 참외를 깍으셨는데, 먹을 때마다 늘 집안이 시끄러웠다. 달달한 씨 속을 파내느냐 마느냐가 문제였다. 오빠와 나는 속을 파내는 쪽, 엄마는 결사 반대를 외치며 실랑이를 벌인다.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지금, 작가는 왠 일인지 참외 속이 맛나다. 그런데 작가의 딸이 이젠 그런 엄마를 질색해한다. 묘한 이치다.

“참외 맛을 아는 데도 이렇게 오랜 세월이 필요했는데 사람 속을 아는 데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윤세영 지음, 김수진 그림/윤진

96세의 아버지의 스무살 청춘은 어땠을까. 누워 계시는 아버지를 위해 딸은 해드릴 게 없어 안타깝지만 한 가지 효도거리를 찾아낸다. 아버지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드리는 것. 여기서 ‘진지하게’가 중요하다. 대체로 자식들은 아버지의 얘기를 듣는 시늉만 한다. “한 얘기 또 한다”고 퉁퉁거리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딴 생각하며 건성으로 듣곤 하니 말이다. 작가가 눈을 반짝이며 아버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자, 아버지는 첫 사랑 얘기를 발설하고야 만다.

“한 때 눈부신 스무 살 청년이 아니었던 노인이 어디 있으랴”.

책은 소소한 일상을 담고 있지만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야기 60편으로 꽉 채워져 있다. 따뜻한 시선과 편하고 자연스러운 글이 조화롭고 향기롭다.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