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더스카페] 인어공주의 우편배달부 시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김행숙 시인이 조심스럽게 사랑이야기를 꺼냈다. 저마다의 빛깔이 다르고 설명하기는 더욱 어려운 사랑을 쓴다는 건 일종의 모험이자 도전이다. 할머니의 사랑에서 시작된 시인의 사랑 이야기는 수레국화 꽃잎 색깔을 닮았다. 애타지만 다가가기 힘든 사랑, 댓가를 치러야만 하는 냉정한 폭력적 사랑, 내 사랑이 나를 찌르는 사랑 이야기다. 그 중심에 바로 안데르센의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 ‘인어공주’가 있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사랑하기 이전, 침몰한 배에서 주워온 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미소년을 사랑했다. 사랑할 준비가 돼 있엇던 것. 반짝이는 물고기 꼬리와 목소리를 내주고 두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는 발의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왕자가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말할 때 마음의 고통은 죽음과 연결된다. 시인은 이런 인어공주에게 펜을 쥐어주고 싶어한다. 이렇게 말하라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사랑한다?“. 글쓰기는 사랑의 확인 혹은 또 다른 방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사랑하기 좋은 책/김행숙 지음, 조성흠 그림/난다

나르키소스의 사랑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또 다른 표본이다. “나를 내 몸에서 떨어지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신들이시여, 내가 사랑하는 것을 내게서 떨어져나가게 하소서”

시인은 나르키소스는 자기애의 쾌락이 아니라 불가능성의 고통이야기라며, “사랑은 내 몸에서 떨어져 있는 바깥의 타자를 간절하게 요청한다는 것을 비극적으로웅변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시인은 왜 하필 인어공주 우편배달부 역할을 떠 맡은 걸까? 시인은 믿을 수 없는 어떤 이야기,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는 일과도 같은 환상과 진실 사이에 흔히 우리가 놓친 혹은 다른 차원의 진실이 있다고 믿는 듯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