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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벨스 판박이’ 트럼프의 선동기술…트럼프의 “어떤 사람들” 화법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거짓말은 처음에 부정되고, 그 다음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1930년대에 파울 요제프 괴벨스가 대중 선동의 귀재로 떠올랐다면 2016년에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있다. CNN방송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의혹을 제기할 때 그 출처가 항상 불분명하지만 그럴듯한 근거를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바로 “어떤 사람들”이다.

트럼프는 어떤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어떤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운을 뗐다. 각종 의혹에 휘말린 당사자들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 하나의 쟁점이 되곤 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이란의 과학자가 간첩혐의로 사형당한 것과 관련, “많은 이란인들에 따르면 힐러리 이메일 해킹문제 때문에 그가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라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게시했다. 힐러리로 인해 이란 과학자가 사형을 당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음모론은 지지자들 사이에서 일파만파로 퍼져 하나의 ‘사실’로 자리잡고 있다. 유튜브채널 ‘우익 방송’(RSBN)이 지난 3일 플로리다에서 만난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라크 참전 사망군인의 부친인 키즈르 칸이 “힐러리 클린턴이 준 돈만 노리고 무대 위에 섰다”라며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건 힐러리다. 트럼프만한 애국자는 없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키즈르 칸이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는 희생이 뭔지도 모른다”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그 연설은 누가 썼느냐. 힐러리 연설문 작가가 썼느냐”라며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백악관 법률 고문관이던 빈센트 포스터의 자살이 “매우 수상하다”라며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에도 근거는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는 “그 사건이 명백한 타살이라고 생각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떠도는 소문을 쟁점화했다.

트럼프의 ‘힐러리 살인교사성 발언’도 마찬가지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단순히 유권자들에게 힐러리가 아닌 자신에게 투표하라고 한 것”이라며 “클린턴에 맞서는 유권자 파워가 있다는 의미”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이를 잘못 이해해 힐러리에 공격을 가하라는 의미로 해석한 유권자가 있으면 어떡하냐는 질문에는 “과격해진(Gone wild) 사람들이나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성향의 유권자라면 트럼프의 발언을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편, WP는 9일 트럼프가 대중을 분노하게 하는 문제성 발언을 퍼부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해 인지도를 높인 다음, 여론과 언론의 반격을 당할 때 해당 발언을 부정해 논란을 피해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성 발언→언론 헤드라인 장식→발언 부정’의 이른바 3 단계 화법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윌밍턴 유세에서 “그녀가 대법관을 지명하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비록 수정헌법 2조 지지자들이 있긴 하지만, 모르겠다”라고 말한 발언했다. 백악관 경호팀을 포함한 힐러리 선거단에서 힐러리의 암살을 사주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자 트럼프는 “수정헌법 2조를 보호하려는 미국 안의 강한 운동을 말한 것”이라며 “다른 해석은 있을 수 없다”라고 해명했다.

트럼프의 절대적인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막말 발언’에 환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RSBN 유튜브 채널에서 한 트럼프 지지자는 트럼프의 음모론에 대해 “증거가 필요없다. 이 나라에서는 자기가 믿고 싶은대로 믿을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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