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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누진제 논란에 ‘에어컨 4시간만 켜라’는 정부의 인식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전기료가 무서워 에어컨조차 마음대로 켜지 못하는 국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 인식에 여름나기가 더 힘이 든다. 세계에 유례가 없다는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하루 4시간만 틀면 요금폭탄 없다’는 산업부의 발언이 그렇다.

누진제 최고구간을 사용하는 가구는 4%에 불과하며 요금폭탄은 과장된 것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로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12시간 가동할 경우 전기료가 무려 8배 오른다고 한다. 올 여름은 열대야로 인해 밤새 에어컨을 켜야할 지경이다. 그런데 ‘하루 4시간만 쓰라’는 말을 하니 ‘장관도 하루 4시간만 켜고 근무해라’는 비난이 난무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정부와 한국전력이 가정용 전력소비를 ‘줄여야하는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에 따르면 국내 전력소비량중 가정용 전력은 14%에 불과하며, 가구당 평균 전력소비량은 OECD 하위권일 만큼 사용이 많지 않다. 하지만 훨씬 저렴한 산업용 전기료는 놔두고, 개인에게만 누진제를 강요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어컨은 커녕 전기제품도 많지 않던 70년대에 만든 것이 전기료 누진제다. 불만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할 정도다. 산업부에서는 누진제에 손을 대면 서민부담이 늘고, 부자감세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기사용이 늘어 대규모 정전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정부의 마인드는 전체 전력의 80% 가까이를 쓰고 있는 기업들을 대하는 방식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 차 3대 굴리는 사람은 놔둔 채, 차 1대 굴리는 사람보고 기름 아끼고 버스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부자감세나 서민부담증가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왜곡된 전기료 문제를 넘어가려 해서는 곤란하다. 참다못해 한전을 상대로 ‘부당한 전기요금을 돌려달라’며 집단 소송에 나서는 사람들도 수천명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중에 한전은 상반기에 무려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데다, 수억원을 들여 100여명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임직원들의 가두 절전캠페인이 민망해보인다. 공공재인 전기를 독점공급하는 한전의 존재이유가 수익이 최우선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가정용과 산업용 전기료 부과 방식을 손질해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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