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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기보배와 개고기
“사람이 되어 어찌 개를 먹을 수 있는가. 충심으로 사람을 받드는 동물을 복날이 됐다하여 끓여 먹는 짓이 어찌 사람이 할 짓인가.”

조선 영조시대 문신인 이종성의 말이다. 그는 개를 직접 키우고 사랑한 애견인이었다. 사람들이 개를 먹는 습관을 반대했을 뿐 아니라 극히 혐오했다고 전해진다.

300년전 불거졌던 개식용 찬반논쟁이 2016년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달구고 있다. 배우 최여진씨 모친인 정 모씨가 인스타그램에 기보배 선수의 ‘개고기’와 관련 비판 글을 올리면서다. 정 씨는 “보배가 개고기를 먹는 날이면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중학교 때 개고기를 먹은 날은 좋은 성적을 냈다”는 기 선수의 아버지 말을 비판하며 “한국을 미개인 나라라고 선전하느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개고기 식용 문제는 한국이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를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국제적 이슈가 됐다. 1994년에는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토 바르도가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야만’이라고 비판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식용 금지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또 한일 월드컵을 앞둔 2001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고기 문제를 거론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개고기 식용 논쟁이 재연됐다. 지난 달에는 이탈리아 여성의원이 개고기 식문화를 이유로 “유럽연합에서 올림픽 보이콧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에서는 의회에 보내는 ‘한국 개고기 거래 금지 촉구’ 청원에 1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한다.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개가 반려동물로 가족 이상의 대접을 받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보신탕은 더 이상 복날의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개고기를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동안 서울시내 보신탕집 수는 40% 가까이 감소했다. 그만큼 식문화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어떨까. 그들은 고상한 음식만 먹으면서 우리를 비난하는 걸까.

개고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음식이 있다. 세계 3대 요리라고 하는 푸아그라다. 푸아그라는 거위를 움직일 수 없도록 좁은 우리 안에 고정시킨 뒤 킨 튜브나 깔대기를 꽂아 강제로 사료를 먹여 만들어 진다.

이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식재료를 구하지만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는 푸아그라를 우아한(?) 음식으로 인식하면서 그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과연 한국의 식문화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세계적인 석학 움베르토 에코는 “어떤 동물을 잡아 먹느냐는 인류학적 문제다. 상이한 문화권에서 서로 다른 관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식문화가 아니라 식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구입하느냐가 문제다. 개고기도 동일한 잣대로 다뤄져야 하는 게 아닐까.

이정환 소비자경제섹션 컨슈머팀장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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