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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단지 ‘직격탄’
내력벽 철거 허용 3년 유예결정
강남·분당 사업추진조합 ‘날벼락’
분당주택조합 “대정부 투쟁불사”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세대간 내력벽 철거 허용 결정을 3년 뒤로 미루면서, 강남의 대치2단지, 분당의 느티마을 3ㆍ4단지 등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연 초 정부의 리모델링 활성화 대책에 따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서둘러 온 조합들은 9일 상황 급변 소식에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사업 전면 중단은 물론 리모델링 기대감에 오른 아파트 가격의 급냉각과 투자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9일 국무회의를 열어 리모델링 동의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동의요건은각 동별 소유자와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동의에서 각 동별 동의요건의 2분의 1 이상 동의로 완화된다. 

또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세대간 내력벽 철거 허용을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75조)은 국민 안전과 관련된 사항으로 2019년 3월까지 연구용역을 거쳐 세부 검증한 뒤 개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9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부 발표로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1기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에서 리모델링을 적극 추진한 단지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1994~1995년에 준공된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안전진단 ‘B’ 등급 이상으로 상태가 양호하고, 용적률은 180% 가량으로 높아 전면 철거하는 재건축 보단 일부만 증개축하는 리모델링을 선호해 왔다. 수도권 전체로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77개단지다.

성남시 분당구에선 한솔5단지(1156가구), 매화1단지(562가구), 느티마을3(770가구)ㆍ4단지(1006가구), 무지개4단지(563가구) 등 총 4057가구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5개 조합은 모두 안전진단에서 ‘B’ 등급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가능 등급을 받은 뒤, 내력벽 철거 허가를 기다렸다 지자체에 건축심의를 낼 참이었다. 이번 정부 방침으로 사업은 ‘올스톱(all stop)’ 위기다.

대부분 20평대 미만의 소형 아파트들로 상당기간 주거환경 개선이 어려워졌다. 조합의 리모델링 설계안을 보면 세대를 구분한 내력벽에 문을 달아, 세대를 통합, 1가구의 베이(bay)와 면적을 늘리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1베이는 2베이로, 2베이는 3베이로 확장이 가능하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세대간 통합 설계를 금지한 것이다. 다만 앞뒤로 수평증축은 가능하다. 이 경우 앞뒤로 긴 ‘동굴형’ 평면이 돼, 4베이 등 채광을 극대화하는 요즘 평면 흐름을 역행할 뿐만 아니라 주거환경과 삶의 질이 나빠진다는 게 조합 측 주장이다.

김명수 느티마을 3단지 리모델링 주택조합장은 “날벼락 같은 소리”라며 “세대간 내력벽 철거 불가 항목 하나로 사업의 방향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김 조합장은 “(정부 발표를 기다리느라)1년 반 동안 사업이 지연됐으며, 그 매몰비용은 누가 책임지냐”며 “정비사업은 6개월만 늦어져도 차질을 빚는데 3~4년을 기다리라고 하니 사업 하지 말란 소리”라고 호소했다.

분당 리모델링 주택조합들은 정부 발표 이후 대책회의를 열어 대정부 투쟁 등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도 표류할 것으로 우려된다. 개포동 12(3ㆍ4공구) 지상 18층짜리인 대치2단지는 3개층 수직증축과, 세대간 내력벽 철거, 별동 신축을 통해 현재 1753가구를 2010가구(일반분양 257가구)로, 용적률은 173.9%에서 276.5%로 각각 늘리는 계획이었다.

대치2단지는 개포동 재건축 투자열기에 수직증축 리모델링 기대감에 가격도 최근 가파르게 올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9.53㎡의 실거래가가 지난해 1월 4억2700만원에서 지난 6월 6억원으로 1억8000만원 가량 뛰었다.

전학수 대치2단지 리모델링 주택조합장은 “당초 3월에 발표한다고 했다가 8월로 미루고, 다시 결론 없이 미뤄지니 참으로 답답하다”고 착잡해했다. 전 조합장은 “정부 안대로는 리모델링이 불가능해 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으며, 그동안의 사업비(매몰비용) 등에 대해 정부 지원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세대 간 내력벽을 유지함으로써 공사비가 절감되며 오히려 리모델링이 대중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도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과 재건축 시장은 엄연히 별개이며, 사업성이 같을 수는 없다. 리모델링은 저부담, 저수익으로 현재의 주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해야 맞다”고 말했다.

리모델링협회는 오는 11일 대책회의를 열어 정부 발표에 따른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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