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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같은 99계단 음악화분 골목길 통영 서피랑 ‘새옷’
통영의 서피랑이 급부상하고 있다. 대하소설 ‘토지’를 쓴 고(故) 박경리 작가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충무공이 지휘한 삼도수군통제영을 사이에 두고 동피랑과 마주하고 있는 언덕마을이다.

서피랑은 역사유적과 감동어린 스토리가 넘처나지만, 동피랑이 변할 때 서피랑에선 아무도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지 3년8개월. 서피랑이 몰라보게 변신했다. 오는 9월, 달동네 오르막길이 연주 가능한 피아노 계단으로 거듭나고, 10월까지 음악정원, 음악화분 골목, 서피랑 문학터널 등이 완공되면 통영이 자랑하는 세계적 관광자원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동화같은 서피랑의 99계단.

동피랑 주민들도 서피랑 사진전을 자기 마을에서 열어주는 등 적극적으로 돕고 있어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마을의 변신은 2013년 1월 서피랑의 행정동인 명정동사무소에 김용우 동장이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 한 여론조사에서 서피랑 주민들의 자살충동지수가 비교적 높게 나타나자, 뜻있는 주민 몇몇이 ‘건강위원회’를 만들었다. 건강위원회는 당시 괄목할 성과는 적었어도 김 동장이 “우리도 동피랑 처럼 해봅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밑바탕 힘이 돼 주었다.

김 동장은 부임초기 마을의 김래성 목사와 활력있는 마을 재건 대책을 숙의하다가 ‘인사’ 처방을 쓰기로 중지를 모았다. 그는 주민들에게 “뭐, 살기 좀 그래도, 우리 끼리라도 인사나 실컷하고 삽시다. 그게 뭐 돈드는 것도 아닌데”라는 제안을 했고, 아예 마을 중앙을 관통하는 200m 길을 ‘인사하는 거리’로 지정했다. 명정동 인사경연대회도 열어 상품도 주고, ‘인사하는 학교’를 지정하기도 했다.

인사의 효과는 컸다. 주민들의 표정이 짧은 시간 확 바뀐 것이다. 활력있는 마을 재건 계획은 인사 맛을 본 주민들의 열화같은 성원속에 들불처럼 번져갔다. 거리 곳곳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일도 너도나도 적극 나섰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설치해둔 10점을 해코지 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도 관광객이 가면 마을 사람들 수십명의 인사를 받는다.

박경리 작가는 이곳의 우상이었다. 인사로 활력의 마중물을 얻은 주민들은 박경리 선생의 출생지이며 ‘김약국의 딸들’ 배경지인 명정경로당을 박경리학교로 바꿨다. 여기서 한글을 익힌 어르신 학생들이 자기 개개인의 역사를 기록해 사진과 함께 거리 곳곳에 걸었다. 희망없던 어르신들은 “국회의원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명정동에는 주민자치위, 공동체운동추진위, 서피랑마을만들기추진위, 건강위원회 등 자발적인 모임이 계속 생겼다. 서피랑 마을에는 왜적을 지키던 언덕 가장 높은 곳의 서포루, 박경리 생가, 윤이상 학교가는 길, 작품이 된 달동네 99계단 등이 있다. 윤이상 학교가는 길에는 친필글과 통영바다 조형벽화, 악보 철 조형물, 첼로 악기 벽면, 소원열쇠, 피아노건반 형태의 화단 등이 다채롭게 조성돼 있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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