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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신용등급 상향 반갑지만 엄혹한 경제현실과는 별개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우리 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올렸다. ‘AA-’ 등급은 S&P의 21개 신용 분류 가운데 세번째 높은 것으로 지금까지 한국이 받은 최고 등급에 해당한다. S&P 기준으로 우리보다 신용등급이 좋은 나라는 이제 독일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 미국 6개국에 불과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후폭풍과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기 등 주변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 나온 등급 상향이라 다소 얼떨떨하기는 하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한국 경제가 그런 악재쯤은 충분히 이겨낼 힘이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믿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모처럼 반가운 일이다.

S&P는 한국의 등급 샹향은 선진국에 비해 성장세가 꾸준하고, 대외건전성이 지속 개선되고 있는데다 재정ㆍ통화정책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상수지가 50개월 넘게 흑자 기조를 보이고, 외환보유액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한마디로 현찰이 넉넉해 돈을 빌려줘도 떼일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국가신용등급이 좋아지면 여러 면에서 이점이 많다. 우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다. 가령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그 충격을 상당 폭 줄일 수 있다. 해외 자금의 국내 금융시장 유입에도 굉장한 도움이 된다.

이처럼 국가 신용이 올라간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긴 하다. 그러나 신용등급은 말 그대로 빚을 갚을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하는 지표에 불과하다. 우리 경제 상황이 앞으로 좋아진다는 전망과는 다르다. 따지고 보면 S&P가 등급 상향 이유로 든 경상수지 흑자도 수입이 줄어들어 생긴 불황형이다. 재정 상태가 좋다고 평가했지만 선진국보다 복지비용을 덜 쓴다는 걸 감안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우리 주변을 둘러싼 경제 환경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당장 조선과 해운업의 구조조정 격랑에 내몰리는 등 산업 경쟁력은 점차 추락하고 있다. 제조업 고용지수는 계속 주저앉고 청년 실업은 사상 최악의 국면이다. 더욱이 가속화되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는 성장잠재력을 빠르게 떨어뜨리고 있다. 바깥에선 한국을 ‘신용있는 나라’로 볼지 몰라도, 우리 내부 사정은 여전히 엄혹하다. 과감한 산업 구조조정, 신성장 동력 발굴, 노동 등 4대 개혁과 경제체질 개선 등 할일이 태산이다. 이런 과제를 잘 풀어야 신용등급 상향도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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