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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정조의 모기 증오와 모기회식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내면서/ 어둠을 틈 타 부리 놀리며 주렴 뚫고 들어오네/ 세상의 많은 식객들 끊임없이 ‘웽웽’ 대며/ 권세가에 들락거리는 것은 또 무슨 마음인가.’

조선 정조 임금이 모기를 증오하며 쓴 시이다. 그때도 그랬을 것이다. 밝으면 잠수 타다가 불을 끄면 활동하고, 용케 발견해 잡을라 치면 교묘한 스크류 비행에다 수직강하를 감행해 놓치기 일쑤인 모기이다.

교묘한 모기 때문에 겪는 고통이 크다는 것을 알기에, 1980년대 여름 연병장에 병사들에게 트렁크만 입힌채 가만히 앉아있게 하는 ‘모기 회식(會食)’이라는 비인간적 체벌까지 있었다.

2016년 8월에도 모기를 둘러싼 숱한 얘기들이 여름 화제의 한켠을 장식하고 있다. 남미의 모기 중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 별종이 나타나 브라질 리우 올림픽의 변수가 됐다.

톱스타들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던 것이다. 울산 보건소는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때 갔던 태화강변 십리대숲에 ‘모기 기피제 분사기’를 설치했다.

퇴치법도 고도화돼, 미국은 유전자 변형 모기로 진짜 모기를 죽이는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18세기를 살던 정조 임금께서 부러워할 일도 아니다. 퇴치법은 고도화됐지만, 유전자 변형으로 더 심한 놈들이 창궐하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8월초 혹서기에 개채수가 30% 가량 줄었다지만 그 놈들이 살기 좋은 섭씨 24~28도가 되는 8월 중ㆍ하순 다시 어둠속에서 부리 놀리며 국민을 괴롭힐 수도 있다.


국민을 괴롭히는게 어디 모기 뿐이겠는가. 돈과 권력을 노리며 웽웽거리던 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다.

인간 ‘모기’들이 죗값을 제대로 치르고, 모기퇴치자도 정말 잘해야 ‘모기같은 자’라는 소리 듣지 않을 것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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