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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왕 생전퇴위]황실전범에 없는 생전퇴위…모든 게 불투명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아키히토(明仁) 일왕이 8일 영상메시지를 통해 “신체 쇠약을 생각하면 책무 수행이 어려워질 것 같다”며 생전퇴위 의향을 공식화했다. 일왕의 생전퇴위는 1817년 고카쿠(光格) 일왕 이후 약 200여년 만이다. 게다가 1947년 제정된 왕실 관련 법률인 ‘황실전범’(皇室典範)에는 일왕이 종신 재위를하는 것으로 돼 있어 이에 대한 후속 절차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별법 제정? 호칭은…모든 게 불투명= 일왕의 생전퇴위가 실현된다면 일본 왕실과 관련한 제도에도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 퇴위 이후의 일왕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황실전범 개정 여부, 황실전범은 손대지 않되 아키히토 일왕에 대해서만 조기퇴위를 인정하는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 등 여러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이 퇴임했을 경우 호칭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일왕에게 붙이는 경칭인 폐하라는 명칭을 퇴위 시에도 붙일 수 있느냐는 점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새 일왕과의 역할 분담도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헌법이 규정한 국사행위는 새 일왕이 참가하게 되지만 구체적인 행사에 따라서는 국사행위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궁내청에도 퇴위한 일왕을 담당할 부서 설치가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 궁내청에는 일왕 부부를 담당하는 ‘시종직’, 왕세자 일가를 담당하는 ‘동궁직’이 있다.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하고 왕위계승 1순위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취임하게되면 연호도 현행 헤이세이(平成)에서 다른 것으로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ㆍ법황…과거 생전 퇴위는 어땠나= 교도통신에 따르면 125대 일왕 중 59명이 생전에 물러났다. 생전 퇴위 이유도 다양했다.

일본 역사상 첫 생전퇴위는 645년 고쿄쿠(皇極) 일왕이 퇴위하고 동생인 고토쿠(孝德) 일왕이 즉위한 일이다. 당시에는 일본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후 헤이안(平安)시대에 들어서는 생전퇴위가 더 많았다. 일왕이 이른바 상황(上皇)이나 법황(法皇ㆍ불교에 귀의한 상황)이 되어 실권을 행사하는 ‘원정(院政)’ 형태도 있었다.

또 일왕이 의중에 있는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후계자를 지정한 뒤 생전 퇴위를 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일왕과 상황간의 갈등에 따른 혼란의 역사도 있었다. 13세기 중반 고후카쿠사(後深草) 상황과 가메야마(龜山) 일왕과의 대립은 이후 2명의 일왕이 동시에 재위하는 남북조시대의 계기가 됐다.

1889년 제정됐던 구(舊) 황실전범에서 일왕의 생전퇴위 규정이 담기지 않은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권력투쟁이 격화되면서 일왕의 의사와 무관하게 퇴위에 내몰린 사례도 있다. 역대 일왕 가운데 가장 짧은 2개월만에 물러난 가마쿠라(鎌倉)시대의 추쿄(仲恭) 일왕이 대표적이다.

추쿄 일왕은 할아버지인 고토바(後鳥羽) 상황 등이 일으킨 1221년 조큐(承久)의 난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밖에도 건강 악화에 따른 생전퇴위도 많았다. 헤이안시대 다이고 일왕의 경우 병세가 악화되면서 임종 직전 퇴위를 했다. 당시엔 일왕이 재위 중인 상태에서 사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 있었다고 교도통신은 설명했다.

구(舊) 황실전범에 이어 1947년 제정된 현 황실전범도 생전퇴위 규정은 없다.

1984년 궁내청의 야마모토 사토루(山本悟) 차장은 국회 답변에서 “상황이나 법황이란 존재가 폐해를 불러올 우려가 있고 일왕의 자유의사에 근거하지 않은 퇴위 강제, 일왕에 의한 자의적 퇴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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