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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위기에 ‘설상가상’ 기술유출까지…
부산 조선기자재업체, 경쟁사에 연구원ㆍ핵심기술 유출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설상가상(雪上加霜), 엎친 데 덮친 격, 흉년에 윤달. 이 모두가 조선불황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조선기자재업체인 ㈜오리엔탈정공(박세철 대표)의 현재 상황을 표현한 말들이다.

조선경기 악화 및 유동성 위기로 인해 2012년 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물적 분할 노력끝에 올해 5월 채권은행 관리절차를 종결했다. 하지만 최근 이 기업은 기술유출로 또다시 큰 어려움에 처했다. 경쟁업체로 핵심기술과 원가정보가 유출돼 수주경쟁력이 떨어지고 심각한 경영피해가 예상되는 상황.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오리엔탈정공의 핵심기술이 경쟁사로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부정경쟁방지와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선박 크레인 제조업체 D사 대표 전모(60) 씨 등 임직원 6명과 법인 등을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과 업체에 따르면 기술유출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당시 D사 간부 이모(43세)씨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은 오리엔탈정공 기술연구소 연구원 김모(38세)씨 외 2명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건강악화와 개인사정을 이유로 차례로 퇴직한 후, 곧바로 D사에 입사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 등은 오리엔탈정공 기술연구소 직원 20여명이 10여년간 공들여 개발한 선박 크레인 설계도면과 각종 연구자료, 원가정보 등 경영정상화와 영업활동에 유용한 7000여 개의 파일을 USB 등에 몰래 담아갔다.

이들이 빼간 자료에는 오리엔탈정공의 핵심 기술이 포함됐다. 다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한, 일체형엔진룸크레인과 선원이송장치 추가 지브크레인, 위치1개 설치구조 모노레일 크레인 등으로 이 회사가 경영정상화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로 보유하고 있던 핵심기술이다.

이들은 빼돌린 파일을 토대로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20%가량의 원가절감을 할 수 있다는 보고서 등을 만들어 D사 전 대표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D사는 훔친 기술을 이용해 만든 크레인 9대를 업체 3곳에 납품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으나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선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D사 및 김씨의 집 등을 수색해 관련 기술유출 자료를 압수했다.

오리엔탈정공 관계자는 “김 씨 등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취업규정과 정보보안 서약을 위배하면서까지 기술을 유출했기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 회사를 위해서라도 법적대응과 특허침해소송까지도 검토 중에 있다”며 “이런 행위들로 인해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더욱 더 불황의 늪에 빠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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