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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노먼 크리거 “한국이 차세대 클래식 이끌 것”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 첫 참여한 미국 피아니스트
-“세계 최고 수준 음악제” 극찬…내년에도 참여 밝혀
-정명훈, 정명화, 정경화 남매와 각별한 인연 소개도
-“정명훈 사태 안타까워…진실은 언제든 밝혀질 것”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한국은 ‘뉴 비엔나(New Vienna)’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야말로 차세대 클래식 음악을 이끌 곳입니다.”

‘제13회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처음 참여한 미국 출신의 중견 피아니스트 노먼 크리거(Norman Krieger)가 한국 클래식 시장에 대해 이같이 극찬했다.

음악적 깊이와 감수성, 출중한 기교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크리거는, 뉴욕필, LA필, 홍콩필, 체코필, 시카고심포니, 신시내티, 피츠버그 등 일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남캘리포니아 대학 손튼음악원에 재직 중이며, 매년 여름마다 미국 브레바드 뮤직페스티벌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있다. 
피아니스트 노먼 크리거 [사진제공=평창대관령음악제]

음악제가 절정으로 접어든 6일 오전 크리거를 만났다. 그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서 열린 이번 음악제는 연주자들의 수준도 높고, 운영면에서도 만족스러웠다”고 총평했다.

크리거는 정명화, 정경화 예술감독은 물론, 줄리어드 음대에서 함께 수학한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과의 각별한 인연도 소개했다. 특히 최근 정 전 감독이 한국에서 소송 등 불명예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그는 ‘선지자가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는 자가 없느니라(no prophet is accepted in his hometown)’는 누가복음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결국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크리거와의 일문일답.


-이번이 음악제에 처음 참여한 것이라고 들었다.

▶한국은 이전에도 여러번 방문했다. 그때마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평창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내년에 다시 초대돼 기쁘게 생각한다.

-음악제에 참여한 소감은.

▶매우 고무적(inspiring)이었다. 장소가 너무 아름답고 연주자들의 수준도 매우 높았다. 운영면에서도 만족스러웠다. 정명화, 정경화 두 예술감독은 아티스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이곳에서의 생활이 편했다. 특히 음식이 훌륭했다. 나는 불고기, 김치, 갈빗국같은 한국 음식들을 사랑한다.

-어제(5일) 정명화, 보리스 브로프친과 함께 한 연주는 만족스러웠나.

▶좋았지만, 더 좋은 연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공연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명화와 연주하게 돼 영광이었다. 평창음악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축제다. 미국 카네기홀에서도 연주해 봤고, 런던, 파리, 비엔나도 다녀봤지만, 평창의 컨디션은 완벽했다.

-음악제 기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이곳 학생들은 매우 열정적이고 호기심이 많았다. 특히 6~7세 어린 아이들이 특별했다. 한국 학생들의 수준이 매우 빠르게 급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뉴 비엔나’라고 생각한다. 차세대 클래식 음악을 이끌 곳은 한국이다. 한국 학생들은 단순히 경쟁하는 것이 아니고, 진심으로 음악적인 성취를 중요시한다. 나의 음악 영웅 역시 한국 음악가인 정명훈이다. 대학 시절에는 나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정명훈 뿐만 아니라 정경화, 정명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서 정명훈과 각별했는지.

▶정명훈은 내게 단순히 음악가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관대(generous)했다. 그렇게 관대한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매우 친절하고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음악적으로 나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배우는 스타일이었는데, 명훈도 비슷했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빠르게 배우고 성장하는 반면, 그는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중요시했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음악은 시간을 갖고 기본을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5일 저녁 보리스 브로프친(바이올린), 정명화(첼로)와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D장조, op.70, no.1 유령’을 연주한 노먼 크리거. [사진제공=평창대관령음악제]

-정 전 감독을 둘러싸고 소송 등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진 사실을 알고 있는지.

▶‘선지자는 자신의 나라에서는 알아채지 못한다(The prophet is never recognized in the own country)’는 말이 있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사람들은 끌어내리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엔 무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지막에 가서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나는 단 한번도 부정적인 평가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같은 연주를 두고도 어떤 리뷰에서는 “환상적(Fantastic)”이라고 하고, 다른 리뷰에서는 “형편 없었다(Very bad)”고 한다. 길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조성진 이후 한국에서는 클래식 붐이 일고 있다.

▶조성진은 타고난 재능(So gifted)을 가졌다. 한국은 피아노 뿐만 아니라 특별한 재능을 가진 어린 학생들이 너무 많다. 이 곳에 이사와서 살고 싶을 정도다.(웃음)

-B를 주제로 한 ‘저명연주자 시리즈’에 대해 평가한다면.

▶대단(incredible)하다. 바흐, 베토벤, 브람스 말고도 위대한 작곡가들의 몇몇 작품들은 나조차도 전에 들어본 적 없는 레퍼토리들이어서 매우 흥미로웠다(fascinating).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바흐는 스테이크, 베토벤은 샐러드, 벨리니는 또 다른 라이터 디쉬(Lighter dish)랄까. 매우 조화로웠다.

-내년 음악제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내년에는 러시아 음악이 주제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러시아 예술을 사랑한다. 내 할머니도 러시아 출신이어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를 들으며 자라왔고, 톨스토이, 푸시킨의 소설도 좋아한다. 러시아 예술은 매우 방대하고 표현이 풍부하다. 특히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차르(tsar) 시대와 소비에트 시대가 다른 특징을 보인다. 내 할머니가 올드 러시안 언어를 구사하는데, 모던 러시안과는 다르게 매우 우아(elegant)하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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