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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女心은 ‘근육질 남자’만 저격할 수 있나요?
현재 국내 공연계에서 극장을 채우는 대다수의 관객은 여성이다. 최근 공연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집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공연 예매자 비율은 여성이 66.7%, 남성이 33.2%로 여성의 티켓 구매력이 더 높다. 장르적으로도 뮤지컬(72%), 콘서트(69%), 클래식·오페라(68%), 연극(62%) 등 전 분야에서 여성 관객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포착해낸 것일까. 몇 제작사에서는 아예 남성을 배제하고 오직 여성 관객을 위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공통적으로 ‘금남의 구역’이라는 콘셉트에, 19세 미만 관람 불가 등급의 작품으로 ‘성인 여성’의 마음을 저격하고 나선 것이다.


먼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해 35년 역사를 이어온 ‘치펜데일쇼’<사진>가 동북아에서는 처음 한국에 상륙해 지난 3일 막을 올렸다. 현재까지 100개국 이상에서 공연된 작품은 1억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주목을 받았다. 큰 키에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남성 9명이 무대에 올라 섹시한 춤을 추고 거침없이 옷을 찢어 던지며 여성들을 열광시킨다. 여태껏 이들이 찢은 셔츠만 120만 장이 넘는다고 하니, 그 인기를 가늠할 만하다.

옷을 벗고 선정적 퍼포먼스를 선보이지만 제작사 다온이엔티는 “단순히 19금 스트립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소방관, 경찰, 카우보이 등 콘셉트와 스토리가 있는 무대, 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칼군무 등으로 재미를 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비슷한 작품으로 오는 9월 재공연되는 ‘미스터쇼’가 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및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칼린이 지난 2014년 직접 제작해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인 쇼는 등장하자마자 공연계를 뜨겁게 달궜다.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투어는 물론 일본까지 진출하고, 매해 앙코르 공연되고 있을 만큼 반응이 좋다.

제작사 에이큐브프로덕션에 따르면 ‘미스터쇼’는 “여성들의 숨겨진 본능을 자극하고 마음속 판타지를 솔직하게 그려낸 버라이어티”다. 초콜릿 복근을 장착한 남성들이 무대에 올라 8가지 테마에 맞게 관능적 장면을 연출하고 결국에는 옷을 벗어던져 환호성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치펜데일쇼’와 차이가 없지만, 웃음 코드와 객석과의 호흡 면에서 차별화했다.

두 작품은 남성이 여성의 몸매를 소비하던 기존의 방식을 정반대로 뒤집었다는 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19금 딱지를 붙이고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 근육질 남성만이 섹시하다는 편견을 부추긴다는 점, 쇼이지만 드라마의 완성도가 취약하다는 점 등은 한계로 보인다.

아울러 근육질 남성들이 옷을 벗는다고 여성들이 무작정 주머니를 열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현재 티켓 구매력을 자랑하는 성인 여성의 대다수는 탄탄한 작품성과 출연진의 뛰어난 실력에 마음을 빼앗겨 ‘텅 빈 통장’도 감수하는 것이니까.

[뉴스컬처=양승희 편집장/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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