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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갈리아, ‘남성처럼 말하기’ 통해 가부장제ㆍ男이데올로기 균열 꾀해”
고려대서 ‘女일베’ 논란 ‘메갈리아’ 분석 첫 학위논문

“20ㆍ30대 여성들, 전혀 평등하지 않은 사회현실 폭로”

“페미니스트 등 대표하는 말로 쓰여…귀 기울일 필요”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최근 잇달아 ‘여성 혐오(여혐)’ 관련 이슈를 제기하며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로 떠오른 ‘메갈리아<사진>’에 대한 첫 학위논문이 나왔다. ‘메갈리아’는 옹호하는 측에서는 ‘여혐’ 현상에 맞서는 기수로 대접받고 있지만, 배척하는 측에서는 ‘남성 혐오(남혐)’에 빠져 있는 ‘여자 일베’라는 비판을 받는 등 입장에 따라 호오(好惡)가 갈리는 커뮤니티다. 


이번에 나온 논문은 ‘메갈리아’가 주된 전략으로 삼는 ‘미러링(거울로 보는 것처럼 그대로 따라하기ㆍ흉내내기)’을 “‘남성처럼 말하기 전략’을 통해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남성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8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학교 대학원 언론학과 박무늬 씨는 최근 학교에 제출한 석사학위논문 ‘혐오에 맞서는 혐오: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통해 본 한국 사회의 젠더 담론’에서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간 ‘메갈리아’를 ‘민속 지향적 접근’ 방식으로 연구한 결과를 기록했다.

논문에 따르면 ‘메갈리아’의 출현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갤러리’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일부 남성은 “한국 여성들이 격리 조치를 거부하고 홍콩 여행을 하다 귀국해 메르스가 들어왔다”며 여성을 비난했지만, 그 소식이 오보이며 첫 확진자는 남성임이 드러났다.

그런데 이후 남성들은 여성을 비난하던 종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고, 이에 반발해 ‘메갈리아’ 활동이 시작됐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메르스와 ‘미러링’ 방식으로 쓰인 노르웨이 페미니스트 작가 게르드 브란든베르그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에서 따온 ‘이갈리아(Egalia)’의 합성어다.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여혐’이 가장 심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이용자의 발화 방식을 거꾸로 되돌린 것이다. 한편으로는 메갈리아가 ‘여자 일베’라는 오명이 붙은 계기가 됐다.

그러나 논문은 “메갈리아는 미러링을 통해 언어에 내재한 남성 권력을 탈취하고 관습적인 ‘여자다운 발화’의 범주를 무너뜨린다”고 분석한 뒤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하는 남성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를 가진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베의 언어가 ‘혐오의 언어’라면 이를 비웃고 조롱하며 종국에는 그것을 무너뜨림으로써 권력을 탈환하는 것이 메갈리아의 언어”라고 주장했다.

한국 남성을 이른바 ‘한남충’이라 부르며 비난하는 데 대해서도 “‘양성 평등의 신화’ 속에서 살아온 20∼30대 여성들이 사회에서 마주한 성차별적 현실에 기인한 것”이라며 “평등해 보이지만 전혀 평등하지 않은 사회 현실을 폭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지난 5월 발생한 ‘강남역 사건’ 당시 ‘메갈리아’에서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거나 활동을 기획하지 않았음에도 추모 활동을 벌인 여성들이 ‘메갈리안’으로 지칭됐던 점도 언급했다. 또 한국 사회에서 ‘메갈리아’가 페미니스트 등 특정한 정체성을 대표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메갈리아’를 ‘대항적 공론장’의 한 형태로 규정한 이 논문은 “메갈리아 회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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