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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컨만 신바람…가전업계,‘반쪽’환급특수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 구매액 10% 반환
이른 무더위·환급 겹친 에어컨 물량부족
3년來 역성장 탈출…판매급증에 품귀현상
40인치 이하로 조건 대상 한정된 TV
보급률 100% 넘은 냉장고는 가슴앓이중



전기료로 벌어드린 한국전력의 이익금 중 1393억원을 빼 ‘에너지 고효율 제품’ 구매자에게 되돌려주는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제도’의 최고 수혜주는 에어컨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건이 까다로운 TV와 이미 보급률이 100%를 넘은 냉장고는 때 아닌 찬바람만 가득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상 선정으로 개별소비세 일부를 깎아줘 판매를 크게 늘렸던 자동차와 달리, 구매금액의 10%, 최고 20만원을 직접 돌려주는 가전제품의 환급 정책은 그 효과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5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에어컨의 경우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에어컨을 사기 위해 100만원이 넘는 현찰을 들고가도, 몇주일을 기다려야만 간신히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고객 수요 증가로 제품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빠른 제품 구입을 원하는 고객들은 전시 물량까지 싹쓸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에어컨의 품귀 현상은 일찌감치 5월부터 시작된 올 여름 더위가 주 원인이다. 여기에 7월부터 정부의 10만원 환급 제도까지 생겨나며, 그동안 에어컨 구매를 망설이던 사람들까지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이 관계자는 “에어컨의 경우 국내 보급률이 아직 80%선에 머물고 있어 신규 수요도 크고, 또 교체 수요 역시 전체 판매량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제법 크다”며 “특히 7월 이후 팔리는 물랑 대부분이 10만원의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1등급 제품에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에어컨 시장은 2013년 200만대를 돌파했지만, 이후 선선한 여름이 계속되고, 또 메르스 같은 사고가 더해지면서 2014년과 지난해 180만대 수준으로 떨어지는 역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환급 특수에 무더위까지 더해지면서 3년만에 반전이 확실한 상황이다.

반면 TV나 냉장고는 기대했던 환급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TV의 경우 40인치 이하로 환급 대상을 한정한 까닭이다. 국내 뿐 아니라, 개인 소득 수준이 우리의 1/4에도 못미치는 중국마져도 최근 50인치, 60인치 대 제품을 찾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가전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40인치 이하 중소형 TV는 소비전력도 높지 않아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 구매에 영향이 적다”고 설명했다.

냉장고는 이미 100%넘은 보급률이 ‘환급 특수’의 걸림돌이다. 김치냉장고의 경우 판매되는 거의 모든 제품들이 1등급 제품으로 판매량에 영향이 없으며, 일반냉장고는 1등급 제품이 많지 않아 판매량 상승에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기청정기도 혜택 기간인 7~9월은 비수기 시즌인데다 최근 판매된 공기청정기 중 1등급 제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환급 정책의 효과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냉장고의 경우 1등급 모델은 전년 동기 대비 두배 이상 판매가 늘었지만, 다른 모델 수요는 반대로 줄면서, 전체적인 냉장고 판매량에는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라고 냉냉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후끈한’ 에어컨, ‘냉랭한’ 기타 가전 제품의 바람은 숫자로도 확인 가능하다. 에누리닷컴이 지난 7월 한 달 동안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제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에어컨을 제외하면 6월과 비교해 판매량의 증가세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효율 1등급 에어컨의 경우 6월 47.8%에서 7월 62.1%로 판매 비중이 상승했다. 특히 전기 사용량이 많은 2in1 에어컨과 스탠드형 에어컨은 1등급 제품의 판매 비중이 급상승했다. 두 제품의 판매 비중은 6월 77%에서 7월에는 94%까지 증가해 환급 정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냉장고나 TV, 공기청정기의 에너지효율 1등급 환급 정책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누리닷컴 상품 담당자는 “에어컨의 경우 소비전력이 큰 제품이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에 1등급 제품의 환급 혜택이 큰 구매 포인트로 작용하지만, 소비전력보다는 용량이나 디자인 등이 더 큰 구매 포인트로 작용하는 주방 및 계절 가전 제품의 경우 1등급 환급 혜택이 큰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일환으로 7월부터 9월까지 고효율 가전제품을 산 소비자에 최대 20만원 범위에서 구매금액을 10% 환급해 주고 있다. 에너지 소비등급 1등급 에어컨과 냉장고, 40인치 이하 TV 등을 구매한 고객은 한국애너지관리공단의 온라인 환급시스템 사이트에 구매 증빙 내역을 첨부해 신청하면 1인당 구매금액의 10%, 최고 20만원을 직접 돌려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전력이 최근 한국에너지공단에 1393억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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