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엿새 앞으로 다가온 새누리당 8ㆍ9 전당대회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민생 현장을 탐방하겠다”며 국회 밖으로 발길을 돌린 김무성 전 대표가 진원지다. 김 전 대표가 비박(非박근혜)계 당 대표 후보인 정병국ㆍ주호영 의원의 ‘2차 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타진함에 따라 비주류의 ‘당권 접수’ 기대감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친박(親박근혜) 주자임을 간접적으로 자처하고 나선 이주영 의원의 대응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김 전 대표는 3일 광주 북구 국립 5ㆍ18 묘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주류 (당 대표) 후보인 정 의원과 주 의원이 이번 주말에 단일화를 할 것”이라며 “(단일후보가 결정되면) 그 사람을 지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앞서 정 의원은 비박계 당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김용태 의원과 1차 단일화를 진행, ‘혁신단일후보’ 타이틀을 거머쥔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주 의원은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특정후보를 밀면 모를까, 아직은 단일화 생각이 없다”며 논의에 불참했다. 현재까지 ‘비주류 표심 분산’ 우려가 지속돼 온 이유다.
 |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일러스트=박지영] |
하지만 새누리당 비주류에 영향력이 큰 김 전 대표가 2차 단일화를 공언하면서 비박계의 당권 접수 시나리오에 한층 탄력이 붙는 분위기다. 친박(親박근혜)계의 표심이 이정현ㆍ이주영 의원으로 양분되는 가운데, 정ㆍ주 의원의 단일화가 성사되면 다소 약한 조직 동원력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원박(원조 친박)’ 출신의 한선교 의원 역시 ‘혁신에 대한 가치판단’을 중심으로 하는 비박계 후보 단일화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어 정치적인 부담도 다소 적다.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던 전당대회의 분위기가 거물급 인사의 후방지원 혹은 간접 개입으로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것도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호재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의원과 주 의원이 이르면 오는 5일 단일화 선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차 단일화 당시처럼 주말 사이에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를 실시하고, 전당대회 직전인 7일 최종 후보를 깜짝 등장시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정 의원과 주 의원은 지난 2일에도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단일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범(凡) 친박계인 이주영 의원이 갈지(之)자 행보로 ‘카멜레온 친박’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등 친박계 표심을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이런 분위기도 2차 단일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전 대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경북(TK) 지역 초선의원을 만나기로 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진화를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지만, 전당대회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전 대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이) 특정 지역의 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새누리당에 큰 회초리를 맞은 만큼, 민심을 제대로 듣고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yesye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