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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왜?] 좌우 갈등에서 여느냐/닫느냐의 문제로…재편되는 21세기 국제질서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21세기 국제질서를 쥐락펴락했던 미국이 차기 대통령 자리를 놓고 분열하고 있다.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강대국들이 개편했던 ‘좌와 우의 정치’는 어느덧 사라지고 세계화를 둘러싼 ‘포섭과 차단’의 정치만이 남았다. 지난달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와 공화당 전당대회의 핵심 주제는 반세계화(anti-globalization)였다.

비단 미국만이 아니다. 과거 자유경제를 주도했던 국가들이 국가 간의 문을 닫고 있다. 지난 6월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다. 1일 일본은 정치성향보다 경제혁신을 약속한 고이케 유리코 무소속 후보를 도쿄도지사로 선출했다. 고이케는 극우성향의 개헌파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국민전선(FN)과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등 유럽 내에서는 최근 극우정당들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반(反)EU 및 민족주의 움직임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선거에서 좌ㆍ우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문화, 자유경제의 흐름을 ‘막을 것이냐 받아들일 것이냐’가 중요했다. 


세계 정치가 ‘융합이냐 차단이냐’, ‘대화냐 절교냐’를 놓고 갈등하게 된 것은 세계화로 국가들 간의 경제가 일정 정도 통합된 가운데, ‘국가 내 불평등’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화의 영향으로 노동력의 국경 이동이 증가하면서 선진국 내 노동경쟁이 치열해졌다. 선진국 경제주체들이 일자리 상실, 소등 감소 등에 직면하자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둘러싼 갈등이 아닌 무역장벽의 높낮이를 결정하는 ‘먹고사니즘’ 갈등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자유 경제체제를 돌연 끊어버린다고 국가 경제와 사회질서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 간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노동력의 국경이동이 활성화됐던 1870~1910년대, 미국의 시장 진입으로 농산업의 붕괴를 겪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은 돌연 국가중심주의를 택하고 부분적인 보호무역에 들어갔다. 민족주의에 입각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발한 것이 세계 1차 대전이었다.

한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디지털화와 기술발달로 세계 무역 양상이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BCG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국제경제 질서가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플랫폼의 급격한 발달과 함께 국경을 기반으로 한 경제모델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BCG는 제조업의 디지털화로 한국과 독일, 미국, 중국 등에서 근로자당 생산량은 30% 늘고 필요한 노동력은 30%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무역 품목도 달라졌다. 지금까지 세계 무역을 주도해왔던 상품 교역량은 정체됐지만 디지털ㆍ서비스 분야의 교역은 증가했다. 1980년 전체의 17%에 불과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서비스 교역 비중은 지난 2014년 25%로 급증했다. 

사진=thedmonline.com]

디지털 플랫폼의 급격한 발달은 기존의 국경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모델도 흔들고 있다. 오늘날 아마존과 알리바바라는 거대 플랫폼을 통하는 교역량만 7000억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순위 19위인 스위스 경제보다 더 크다. 대형 플랫폼은 과거의 복잡했던 공급체인도 단순화시키고 있다. 작은 기업이라도 플랫폼만 통하면 세계 각국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중소기업을 전 세계의 소비자 및 공급자와 연결해 기업들은 개별적인 공급체인을 구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던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말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세계화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것이 아니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은 “세계화의 모순은 ‘국가’의 주체성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라며 “세계화를 발전시키려면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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