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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유가의 저주 ②]중동 산유국의 ‘외국인 노동자’ 무더기 해고…돈 줄 막힌 남아시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국왕 휴가로 하루 500만 유로(한화 약 60억원)를 써가며 흥청망청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의 늪에 빠지자 외국인 노동자들을 집단해고했다. 선진국가가 저성장을 이유로 이민장벽을 높이려고 한다면, 국가경제 위기에 빠진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국인 근로자들부터 쳐내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건설사 사우디 빈라덴 그룹과 라이벌 기업인 사우디 오제르 기업이 최근 노동자 5만 명을 한꺼번에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해고자 대부분은 인도와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빈라덴 그룹은 최근 실적난으로 구조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 이상의 취재는 거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건설회사 빈라덴 그룹의 대량해고에 반발해 건설사의 버스를 불태운 해직된 노동자들. 이들은 수개월 임금을 받아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middleeasteye.net]

이외에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원유를 생산하는 중동 및 걸프국가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정부는 최근 쿠웨이트에서 수백명의 인도 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유가 하락의 여파로 중동 산유국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줄이면서 아시아 이주노동자들의 송금액도 크게 줄었다. 스리랑카,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파견 보내는 국가의 송금액 수는 3~6%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의 1년간 이주 노동자의 송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감소했다. 필리핀 정부의 경우, 사우디와 UAE에서 온 송금액 규모가 지난 몇 개월만에 6% 감소했다고 밝혔다. 

[사진=arabianeye]

사우디 내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는 국제유가가 배럴 당 40달러선이 붕괴되면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산유국들의 조치 때문이다. 사우디 정부는 최근 중동산 원유 가격이 올해 들어 다시 하향세를 띄자 공공 건설 사업을 대거 취소했다. 이에 사우디 노동자들의 반발을 우려한 사우디 기업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해고하고 나선 것이다. 세계은행(WB)의 이코노미스트인 딜리프 라사는 “산유국에 노동자를 파견해 부를 축적했던 국가들이 겪어야 할 뉴노멀(새로운 정상)”이라고 평가했다.

수슈마 스와지리 인도 외교장관은 2일 사우디를 방문해 최근 일자리를 잃고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 노동자들의 귀국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사우디 내 인도인 공동체도 인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식량을 배급하기 시작했다.

스와지리 외무장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수천명의 인도 노동자들이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해고됐다.

비카스 스와루프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리야드에서 인도 노동자 3172명이 수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했으며, 사우디 건설사 ‘사우디 오제르’에 일했던 인도 노동자 2450명이 지난달 25일부터 5개 사업장 숙소에서 식사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빈라덴 그룹의 구조조정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빈라덴 건설사의 버스를 불태우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 정부의 적자 규모는 1300억 달러(당시 약 153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9.5%에 달한다. CNBC의 니콜라스 웰스는 유가가 40달러 대로 추락할 경우, 사우디의 외환보유액이 2018년 8월 바닥을 드러내 파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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