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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스피싱의 ‘진화’ ①] 계좌이체에서 지하철 사물함, 면대면까지
- 전화로 국기기관 직원 사칭 후 직접 만나 돈 건네 받는 ‘대면편취형’ 기승
- 전문가, “관련 예방 기술 개발에 힘쓰고 시민들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1. 지난 6월 정모(29) 씨는 20대 여성 2명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감독원 직원인데 당신의 은행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계좌에 있는 돈을 모두 인출해 우리에게 전달하면 돈의 흐름을 파악한 후 다시 돌려주겠다”고 속였다. 이런 수법으로 정 씨는 2명의 피해자들로부터 8600만원 가량을 가로챘다. 두 번 모두 전화 통화로 접근해 금융기관이라고 피해자들을 속였고 카페 등지에서 직접 만나 돈을 건네받았다. 이들은 금감원장 명의의 위조 문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정 씨는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총책의 지시를 받고, 피해자를 만나 돈을 받고 넘겨주면 금액의 10%를 받는 조건으로 범죄에 가담한 피의자였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달 정 씨를 사기 혐의로 붙잡아 구속했다.

#2. 송모(33) 씨는 지난 달 13일 오후 4시 30분께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중앙지검 검사라고 속인 뒤 “사기 범죄에 연루됐으니 계좌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송 씨는 A 씨를 경기도 한 카페로 불러냈고 A 씨에게 “내가 금융감독원 직원인데 돈의 흐름을 파악한 뒤 돌려 주겠다”며 A씨가 인출해 온 돈 2250만원을 받아 달아났다. 이러한 수법으로 송 씨 일당은 지난 5월부터 총 12회에 걸쳐 피해자들로부터 4억원 가량을 가로챘다. 서울 종암경찰서는지난 달 송 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진화하고 있다. 기존엔 주로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건 뒤 검찰이나 경찰을 사칭한 후, 피해금을 대포계좌로 이체 받아 인출책을 통해서 현금을 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출금을 지연시키는 ‘지연인출제도’의 한도금액이 30만원에 100만원으로 확대되는 등 보이스피싱 예방 제도가 크게 확대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도 발전하고 있다.

전화 통화로만 이뤄지던 기존의 보이스피싱 범죄와는 달리 최근엔 피해자를 직접 만나 수사기관ㆍ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돈을 직접 건네받아 달아나는 ‘대면편취형’이나, 집 안 세탁기나 냉장고에 돈을 보관하라고 한 뒤 피해자가 집을 비우면 돈을 훔쳐가는 ‘절취형’ 등의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적발된 1431건의 보이스피싱 범죄 중 대면편취형은 186건, 절취형은 69건을 기록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해 말부터 대면 편취형이나 절취형 등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이스피싱 기술이 교묘하게 변하는 상황에서 모든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종암경찰서가 최근 검거한 보이스피싱 범죄 피의자 송 씨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뒤 피해자들을 직접 현장에서 만나 돈을 가로채는 장면.사진제공=서울 종암경찰서]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각종 기관에서 “수사기관ㆍ금융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정보나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홍보를 철저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사물함’이나 ‘택배 보관함’ 등을 이용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기관 한 관계자는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맞춰 관련 기관에선 예방 기술에 힘쓰고 시민들 역시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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