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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 파키스탄 출신 美 장교 ‘캡틴 칸’ 죽음에 ‘배교자의 죽음’”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미국 대선과정에서 과열되고 있는 종교 및 인종논란을 이용해 소외된 이민자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된 IS 영문 선전지 다비크 15호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파키스탄 출신 변호사 키즈르 칸과 그의 아내가 밝힌 이라크전에서 잃은 아들인 후마윤 칸에 대한 이야기를 ‘배교자의 죽음’에 빗댔다. 미국에서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가 키즈르 칸과 그의 아내를 무슬림이라고 비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IS는 선전잡지 ‘다비크’를 통해 파키스탄 이민가정 출신으로, 미군장교로서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후마윤 칸을 두고 “교배자로 죽는 것을 경계하라”고 조롱했다. 사진=다비크 15호]

다비크 15호 기사 중에는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군 장교 후마윤 칸의 묘지 사진과 함께 “배교자로 죽는 것을 경계하라”는 글이 실렸다. 다비크 기사에서 IS는 무슬림 국가 외에 다른 곳에서 살면 벌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IS는 무슬림이 칼리프 국가에서 살지 않는다면 지하드(이슬람 성전주의자)로서 적진에서 싸움을 벌여야 한다고 선동했다. 후마윤 칸의 사진을 이용해 미국 내 무슬림 신자들에게 이른바 ‘칼리프 국가’로 이주하거나 미국을 공격하라고 피력한 것이다.

지난 28일 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마윤 칸에 대한 이야기를 한 키즈르 칸과 그의 아내의 모습은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키즈르 칸은 자신의 옷 안주머니에서 조그만 헌법 책자를 꺼내며 트러프에게 “헌법을 읽어본 적이나 있는가”라며 “알링턴에 가 보았는가? 미국을 지키다가 목숨을 잃은 용감한 애국자들이 묻힌 묘지를 한번 가보라”라고 규탄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는 30일 ABC방송에서 “혹시 옆에 서 있는 그의 부인을 보았는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는 말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을 거다”라며 “무슬림이라서 말을 못하고 그냥 서 있기만 한거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3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캡틴 칸’은 영웅”이라며 꼬리를 내리면서도 “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키즈르 칸으로부터 사악한 공격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행보에 미 이슬람공동체와 다문화협회 등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IS는 다비크를 통해 가장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후마윤 칸의 이야기를 거론해 미국 내 무슬림 공동체와 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부추길 의도를 드러냈다.

한편, IS 다비크 표면 잡지를 통해 “십자가를 파괴하라”며 종교전쟁을 노골화했다. 종교 대립으로 세게를 분열시키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비크 15호 잡지 표지엔 IS의 깃발을 배경으로 한 조직원이 교회로 보이는 건물의 지붕에서 십자가를 떼어버리는 사진과 함께 ‘십자가를 파괴하라’(Break the cross)라는 제목이 실렸다.
[사진2=다비크 15호]


IS는 또 “서방에 숨은 전사들은 지체 없이 기독교인을 공격하라”면서 IS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테러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참고해야 할 사례로 미국 올랜도와 프랑스, 방글라데시에서 벌어진 테러를 예로 들었다.

종교전쟁으로 몰고가려는 IS의 게략에 유럽 곳곳에선 가톨릭과 이슬람이 “종교 전쟁은 없다”며 화합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 오전 독일 뮌헨의 상징적 건물인 성모교회(Frauenkirche)에서는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22일 이란계 독일인의 총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는 기독교도뿐만 아니라 유대교ㆍ이슬람 교도도 함께해 화합을 강조했다.

리하르트 막스 추기경은 “불신과 공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지역 무슬림을 이끄는 다리 하제르는 “2주 동안 잇따라 테러를 당한 독일이 증오와 폭력의 악순환 속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사진3=지난달 28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와 아들 후마윤 칸에 대해 이야기한 키즈르 칸과 그의 아내]

프랑스 루앙 대성당에서는 가톨릭 신자 2000명과 무슬림 100여명이 함께 미사에 참여했다. 미사를 집전한 도미니크 레브런 대주교는 “오늘 아침 우리는 무슬림 친구들에게 특별한 환영인사를 전한다”며 “이들이 미사에 참석한 것만으로 신의 이름으로 죽음과 폭력을 거부한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모든 가톨릭 신자의 이름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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