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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재단 정관 모호…日 10억엔 출연 거부할수도
본지, 재단 정관 정밀 분석
지원방향·출연시기 구체명시 없어
일본 정부 개입소지도 많아



[헤럴드경제]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ㆍ치유재단이 우여곡절 끝에 설립되긴 했지만, 재단이 실제로 활동을 시작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관상 재단 운영에 일본정부의 입김이 들어갈 여지가 있어 일본정부가 재단 사업방향을 문제 삼을 경우 10억엔(약 108억원)의 출연을 미룰 수 있는 빌미가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일본 내 여론 및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 출연 자체가 공염불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일 헤럴드경제가 화해ㆍ치유재단의 정관을 분석한 결과, 재단의 사업방향이 모호하게 표기하고 있다. 정관은 재단의 목적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다양한 사업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 지원을 위해 직접적 지원을 하는지, 아니면 기념사업이나 추모사업 등 간접지원을 하는지 향후 지원 방향이 명확히 나와있지 않다.

물론 재단의 목적이 포괄적으로 명시되면 재단이 지원 사업을 구상할 때 자유로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김태현 화해ㆍ치유재단 이사장은 재단 설립 기자회견에서 “손주의 치료비를 도와주고 싶은 분도 있고, 반지하 월세에서 햇볕이 드는 전셋집으로 이사하고 싶은 분도 있는 등 할머니들의 소망이 다양하다”며 “각자 소망하는 바를 (직접지원을 통해) 이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단의 이같은 온정적인 지원 사업에 일본정부가 반기를 들 경우 사업 진행 자체가 안될 수 있다. 정관상 일본정부가 재단 활동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재단 정관 제4조는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여성가족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는데, 이때 반드시 여가부장관은 외교부 장관과 협의를 해야 한다. 일본정부가 외교부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 셈이다. 현재 일본정부가 10억엔에 대해 배상금의 성격이 아니며, 장학사업 등 미래지향적인 사업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10억엔은 모두 피해자 할머니들 지원하는데 쓸 것”이라고 못박아 재단과 일본정부가 부딪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가 조만간 개최될 한일 국장급 회의에서 재단 사업을 문제 삼으면 10억엔의 출연이 기한 없이 미뤄질 수 있다. 재단 정관 역시 10억엔 출연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일본정부에 어떤 요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관상 재단 운영에 필요한 비용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정관 제21조는 재단의 재산을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일본정부 출연금 10억엔과 김 이사장이 기탁한 100만원 등은 기본재산으로 전액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사용하게 돼 있다. 재단의 사업비나 일반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보통재산 및 기타 수익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재단이 이제 출범했다 보니 아직 보통재산으로 이렇다 할 자금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다. 사무실 임대료와 사무처장 등 상근자들의 인건비 등을 충당할 재산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단 설립 초기에는 여가부 예산이 일부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 고위 관계자는 “재단 유지비용은 비용처리를 유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10억엔이 출연되고 재단사업이 본격화되면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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