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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년전 담배꽁초까지 보관 중…자수해서 남은 삶 편히 사세요”
[헤럴드경제]“‘태완이법’(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2000년 8월 1일 0시 이후 발생한 살인 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됐습니다. 그때 당시 (현장에서 나온) 증거물들, 하찮은 담배꽁초까지 정리해 보관 중입니다.”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 시행 1년을 앞둔 지난 28일 만난 서울경찰청 중요 미제사건 전담팀장 정지일(53) 경감은 머리에 얹어 둔 안경을 책상에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방금까지 팀 회의를 하고 왔다고 했다. 손에 든 다이어리에는 사건 관련 기록들로 빼곡했다.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는 사람 있으면 추적을 합니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가래침을 탁하고 뱉는다거나, 박카스를 마시고 간다거나 하면 팀원들이 가서 수거를 합니다. 적법하게 절차대로 사진 찍고 기록 남기고 그렇게 해서 감정의뢰 합니다. 과거 증거물들과 DNA 결과를 맞춰보지요. 중요한 실마리, 단초 하나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지난해 8월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태완이법이 시행됐다. 경찰청은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에 따라 2000년 8월 이후 해결되지 않은 270여 건의 미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서울경찰청에는 강력계 형사 경력 25년의 정 경감을 팀장으로 10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이 있다. 팀원들에 대해 물었다.

“미제 살인 사건을 추적하다 보면 범인은 악마 같은 사람들이라고 느낍니다. 그들을 잡으려면 우리도 악마 같은 형사여야 하죠. 11명 팀원 모두 나름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어요. 진돗개 같은 독종 형사들로 모았습니다.”

정 팀장에 따르면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원들은 각자 전문 분야가 있다. 컴퓨터, 통신분석을 전공한 젊은 형사를 비롯해 평균 15년 이상 일선 강력계에서 CCTV분석, 피의자 신문, 추적 등에 특출함을 보이는 베테랑 형사들까지 있다.

범인을 잡고자 독종 형사들은 각종 수사 기법을 총동원한다. 과거엔 감식하지 못했던 쪽지문(지문 중 일부분만 찍힌 지문)을 분석하고 과거 중요 참고인들은 다시 찾는다.

“기억이 너무 오래된 경우 동의를 얻어 최면 수사도 합니다. 사건 당시 용의자의 인상착의, 시간과 장소, 현장의 사람 수, 차종과 색깔 등도 확인해봅니다.”

이런 수사 기법 외에 술자리의 사소한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는다. 실제로 2012년 한 사채업자가 동업자를 살해해 암매장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이 사채업자는 지인과 술자리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떠벌렸다. 진술을 접한 수사팀은 사실 관계를 파악해 범인을 잡아냈다.

아직도 도망 다니는 살인범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정작 잡히면 편안합니다. 보통 살인사건을 저지르면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하고 밑바닥 생활을 하지요. 누군 비만 오면 운전을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과거 살인 현장이 떠올라서요. 그러니 지금도 도망 다니는 분이 있다면 얼른 자수해서 죗값 받고 남은 삶이나마 편하게 살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끝까지 쫓을 테니 말이죠. 제가 은퇴하더라도 제 후배가 끝까지 이어 갑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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