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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인터넷 기업 ‘야후의 몰락’ -박종구 초당대 총장
인터넷 기업 야후의 핵심 사업인 인터넷 포털 사업이 미국 최대의 무선통신 사업자 버라이즌에 48억달러에 매각됐다. 야후는 한때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정보기술(IT) 회사로서 시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급변하는 IT 환경에서 후발 업체인 구글, 페이스북과 혁신 경쟁에서 밀려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야후는 1994년 스탠퍼드대 동문인 제리 양과 데이빗 필로가 공동 창업한 회사다. 최고경영자 티모시 쿠글과 테리 세멀의 리더십 하에 검색, 뉴스, e메일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시장을 선도했다. 2000년에는 구글과 4년간 검색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2005년 마윈(馬雲)이 설립한 중국의 인터넷 거래업체 알리바바 지분 40%를 10억달러에 인수했고 야후 재팬의 지분도 확보했다.

잘나가던 야후는 2000년대 중반부터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구글이 검색 시장의 강자로 등장하고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 시장을 주도하면서부터다. 결국 창업주 제리 양이 2007년 최고경영자로 취임해 회사 재건에 나섰다.

그러나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안한 446억달러 인수합병 건을 거부함으로써 결정적 기회를 상실했다. 이후 여러 명의 경영인이 교체되는 우여곡절 끝에 2012년 7월 구글 출신의 마리사 메리어를 새로운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메리어는 검색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100여 명의 전문가를 새로 채용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보강하는 노력을 강화했다. 전 유명 앵커 캐티 큐릭을 발탁하고 여성, 기술 전문 디지털 매거진을 발행했다.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텀블러 등 관련 사이트를 인수했다.

그러나 핵심 사업의 경쟁력이나 유료 광고 수익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알리바바 일부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였지만 점유율은 떨어졌다. 결국 대주주인 헤지펀드사 스타보드 밸류의 압력에 못이겨 핵심 사업 매각에 나서게 된 것이다.

2000년 1월 시가총액이 1250억달러에 달했던 야후의 몰락 원인은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점을 들 수 있다. 검색, e메일, 뉴스 등 다각화에 주력한 결과 수익과 시장점유율을 창출하는 핵심 사업의 역할과 비중이 모호해졌다. “야후는 회사의 의미와 핵심가치를 명확히 정의하는데 실패했다”는 포레스트 리서치의 샤 반보스커크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음으로 시장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미흡했던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제의 거절, 야후 재팬의 매각 무산 등 중요한 고비마다 이사회와 최고경영자의 판단과 대응에 문제가 많았다. 셋째 창업주 제리 양의 퇴진 이후 여러차례 최고경영자와 이사진이 교체되는 등 고질적인 내분 상태에 빠진 점이다. 특히 캐롤 바츠, 스콧 톰슨 등 최고경영인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헤지펀드가 과도하게 경영에 개입하는 등 부작용이 컸다.

버라이즌은 야후를 자회사인 AOL(아메리카온라인)의 인터넷 사업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AOL의 최고경영자 팀 암스트롱은 마리사 메리어와 같은 구글 출신으로 이미 2년 전 합병을 제의한 바 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구글, 페이스북에 이어 제3위의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다. 버라이즌 입장에서는 유선전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소비자 기호가 e메일이나 웹 서치에서 모바일 비디오, 온라인 게임으로 급속히 옮겨가는 환경에서 야후의 콘텐츠 인수가 윈윈 전략이 될 전망이다.

야후가 확보하고 있는 풍부한 디지털 데이터와 콘텐츠가 버라이즌의 무선 서비스, AOL이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뉴스 허핑턴 포스트 등과 연계되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IT산업의 무한경쟁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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