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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이케 유리코, ‘배신의 아이콘’에서 도쿄 첫 여성수장으로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 자리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후보가 당선됐다. 고이케 후보는 ‘쇄신’을 강조하고 지사 월급 삭감 등 개혁을 내세워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로써 고이케는 일본 자민당에서 ‘배신의 아이콘’에서 ‘여성 최초의 도쿄수장’으로 거듭났다.

지난달 31일 실시된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 후보가 당선됐다. NHK에 따르면 고이케 유리코는 득표율 44.5%(291만 2628표)로 당선됐다.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지지를 받아 출마한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 전 총무상은 27.4%(179만 3453표)를 얻는 데 그쳤다. 도리고에 슌타로(鳥越俊太郞) 야당통합 후보는 스캔들에 휘말려 20.6%(134만 6103표)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고이케는 자민당 내부에선 ‘미운털’이자 배신의 아이콘이었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내각에서 2007년 7월 여성 첫 방위상을 맡았으나, 2008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지지를 요청한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현 경제재생상의 손을 뿌리치고 직접 자민당 경선에 출마했다. 이시하라는 이후 자신의 낙선 이유를 고이케 탓으로 돌렸다. 이시하라 경제재생상이 도지사 후보였던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이유다. 


아베의 ‘측근’이었던 고이케가 아베에게 미운털이 박힌 것은 지난 2012년 총재선거에서 아베를 지지하지 않고 이시바 시게루(石破 茂側) 현 지방창생담당상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민당 내부에서는 “고이케는 절대 안 된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신문은 자민당 지도부가 “이겨도 져도 (고이케를 지원한 자민당 의원들은) 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민당의 저지 속에서 고이케는 ‘잔다르크 작전’을 내세워 도지사 당선에 성공했다. 고이케 후보는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무당파층을 대상으로 “정당이나 조직에 의존하지 않는 선거를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자민당과 연계된 도의회 자민당을 ‘적’에 비유하며 도쿄도의 개혁을 위해서는 자민당을 제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고이케 유리코

고이케의 당선을 놓고 아베 총리의 행보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엇갈린다. 아사히(朝日)신문과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 측에서는 아베와 자민당 지도부가 지원한 마스다 전 총무상이 낙선하면서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리테라와 닛칸 겐다이(日刊現代) 등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매체는 “아베는 고이케의 당선을 예측했다”며 “자신이 키우는 정치인이라면 길거리 유세를 마다하지 않는 아베가 마스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영상을 통해서만 표명한 이유”라고 해석했다. 주간 FLASH는 “익명의 유력매체 정치부 기자에 따르면 아베가 고이케를 포섭하려는 움직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고이케는 일본 극우단체인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 강연에 참석해 “한국이 다케시마(한국령 독도의 일본명칭)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강력부인하는 등 보수주의적 행보를 걸어왔다.

고이케 유리코는 2011년 12월 재특회가 주최한 “어떡하나요? 센카쿠, 북방영토, 다케시마를 잃고 있고 있는 일본”이라는 행사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방위상으로 지낼 당시에는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하기 위한 대대적인 국제발신을 추진했다. 일본 최대 우익단체인 ‘일본회의’ 국회의원모임의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고이케는 인도의 유력신문에 “위안부 강제연행을 주장하는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는 허위보도였다”는 글을 기고한 바 있다. 그는 도의회에서 문제가 된 한국학교 설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간단하다.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면 때문에 일본의 대표적 혐한 단체인 ‘시키시마카이(しきしま會)’가 고이케의 선거 홍보를 적극적으로 돕기도 했다.

한편, 도쿄 도민들은 고이케가 대대적으로 여성정책을 개선하고 도쿄 행정을 쇄신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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