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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화여대 사태’ 원인은?…겉으론 “소통 부족”ㆍ실제론 “순혈주의?”
학생측 “미래라이프대학 등 각종 사업 추진 단계서 학생 의견 배제”…학교측 반박

‘평생교육대 사업’ 10개大중 이대만 충돌…‘학벌 순혈주의’ 약화에 대한 반발 해석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을 둘러싼 이화여대 구성원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여성들의 평생교육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학교 측의 주장에 대해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학위 장사’에 불과하다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갈등의 근본적인 요인으로 ‘학벌 순혈주의’의 약화에 대한 반감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지적이 대학가에서 나오고 있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화여대에서 교수ㆍ교직원ㆍ학생 대표 등으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가 열리는 본관을 학생들이 점거한 이번 사태의 주요 요인으로 학교 측의 소통 노력 부족이 꼽히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의 설립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대학평의원회에서 심의할 예정이었지만, 학생들의 본관 점거 사태로 인해 무산됐다. 

지난달 30일 재학생들의 이화여대 본관 점거 과정에서 감금된 교수 및 교직원 5명을 구출하기 위해 경찰 1600여명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학생들과 경찰간의 몸싸움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 출처=유튜브 캡쳐]

지난 닷새간 본관을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이란 새로운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학생 간담회 등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 측은 “과거 여러 사업들도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처리해 왔다”며 “오히려 교수들로부터 ‘4년 후에 졸업하는 학생들이 무슨 주인이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재학생들의 이화여대 본관 점거 과정에서 감금된 교수 및 교직원 5명을 구출하기 위해 경찰 1600여명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학생들과 경찰간의 몸싸움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 출처=유튜브 캡쳐]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촉박한 일정 때문에 학생 간담회를 진행하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총학생회장이 참석했던 지난 대학평의원회 보고에서 이미 관련 내용을 보고한 바 있고, 당시엔 총학생회장 역시 반발하지 않았다”며 학생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화여대가 설립할 미래라이프대학은 교육부가 추진 중인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의 일환이다. 이화여대는 지난 5월 이 사업에 지원, 지난달 15일 동국대ㆍ창원대ㆍ한밭대와 함께 대상 학교로 선정됐다. 지난 5월엔 1차로 대구대ㆍ명지대ㆍ부경대ㆍ서울과기대ㆍ인하대ㆍ제주대가 선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미디어산업전공과 웰니스산업전공이 포함된 미래라이프대학이라는 단과대학을 신설,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을 세웠다.

동일 사업을 추진 중인 동국대 등 다른 대학에선 대부분 큰 의견 충돌 없이 단과대 설립이 추진 중인데 비해 유독 이화여대에서만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이 발생하는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당 단과대의 교육 내용과 학위가 기존 학부생과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그동안 이어져 온 ‘순혈주의’가 약화되고, 신입생의 입학 성적이 낮아지는 등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반발 심리가 이번 사태를 통해 폭발적으로 표출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번 사태를 앞두고 이화여대 동문들 사이에선 괴문서가 떠돌기도 했다. 해당 문서에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선정된 대학이 이화여대와 수준이 맞지 않으며, 해당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같은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담겼다. 또 ‘실업계 고졸 재직자, 30대 이상 무직 여성 등의 학벌 세탁과 이화여대 사칭이 급증하며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고 신입생들의 입학 성적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과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이 이화여대 브랜드의 하락으로 연결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시대 흐름과 건학 이념에 부합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학교 본부가 추진 중인 미래라이프 대학 사업이 기존에 팽배한 학벌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화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은 입장문을 통해 “직장인과 고졸재직자 여성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화여대는 이미 대학 최초로 여성들의 평생교육 및 재교육을 위한 부설 평생대학원을 설립했다”며 “이는 기존 사업과 신 사업간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에 불과하며, 학교측이 직장인과 고졸재직자 여성들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으면 기존 학부 및 평생교육원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했다. 현재의 미래라이프 대학은 학교 본부의 학위 장사 그 외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래라이프대학이 제공하는 건강ㆍ영양ㆍ패션 등의 교육은 여성이 갖는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나온 발상”이라며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하는 데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며, 이는 여성 교육의 산실인 이화여대의 역사를 무너뜨리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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