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 대리기사들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
-업체 “고객 위한 대리기사 평가 수단일 뿐”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대리기사를 하고 있는 조현구(32) 씨는 요즘 수입이 크게 줄었다. 일을 하려고 매일 나오지만 일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조 씨는 일이 잡히지 않는 이유가 대리기사 등급 때문이라고 말한다. 3등급 대리기사인 자신에게는 일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대리기사 중계업체에 수수료 문제로 항의했다. 항의 직후 조 씨의 등급은 최고 등급인 0등급에서 3등급으로 내려갔다. 3등급인 조 씨는 상위 등급의 대리기사들이 모두 거절한 대리기사 요청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하루에 한 건도 못 건지는 날도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대리기사 중개업체들이 대리기사를 관리하기 위해 적용하는 등급제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등급이 낮으면 눈앞에 있는 대리기사 요청조차 받지 못하게 할 수 있어 대리기사를 차별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대리운전을 하는 김봉원(31) 씨는 얼마 전부터 등급이 내려가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중계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를 이용했다는 이유였다. 최근 출시한 ‘카카오 드라이버’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대다수 대리운전 콜을 받는 업체 연합에서 제외된 김 씨는 하루 수입도 크게 줄었다.
대리기사 업체가 많아지면서 대부분 대리기사는 중계업체를 이용한다. 고객이 어느 전화번호를 통해 대리기사를 요청하더라도 중계업체를 이용하면 소속 회사에 상관없이 콜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대리기사는 한 달에 1만 5000원가량의 중계 이용료를 내면 중계업체가 제공하는 대리기사 요청을 받을 수 있다.
[사진=대리기사 등급제를 일부 업체들이 악용하면서 생계가 달린 대리기사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리기사를 차별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보통 중계업체는 손님이 대리기사를 요청하면 근방 수백 미터 안에 있는 대리기사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 근처에 있는 대리기사들이 요청을 거부하면 그제야 더 멀리 떨어진 대리기사들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그래야 손님도 빨리 대리기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계업체가 특정 대리기사의 등급을 낮추면 상황은 달라진다. 손님 바로 옆에 있더라도 등급이 낮은 대리기사의 스마트폰에는 손님의 요청이 보이지 않는다. 멀리 떨어진 상위 등급 대리기사들이 모두 요청을 거절해야 다음 등급의 대리기사에게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낮은 등급의 대리기사들은 하루에 한 건도 일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중계업체에서는 이를 악용해 대리기사들에게 협박을 가하기도 한다. 대리기사들은 중계 이용료 외에도 실적의 20% 정도를 수수료로 납부 하는데, 일부 업체는 위의 사례처럼 수수료를 올리지 않거나 다른 회사를 이용하는 경우 등급을 낮추겠다며 협박을 한다. 선택권이 없는 대리기사 대부분이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반대로 업체 측은 대리기사 등급제가 최소한의 규제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등급제는 복장 불량이나 난폭 운전 등 일부 대리기사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고객을 위한 자체 평가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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