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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후폭풍] 경찰 "기준도 지침도 판례도 없다"...집행남용 우려도
-警, 9월 중 ‘김영란법 매뉴얼’ 완성…경관 대상 교육 실시 목표

-일선서 경찰관들, 내용 숙지 및 준비시간 부족 문제 호소

-‘이현령 비현령’식 법 적용…표적수사로 인한 인권침해 우려도



[헤럴드경제=신동윤ㆍ구민정 기자]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며 다음달 28일부터는 예정된대로 김영란법이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주요 단속 주체가 될 경찰 내부에서는 관련 준비작업이 늦어져 애를 먹고 있다.

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김영란법과 관련된 사건 및 고소ㆍ고발을 수사할 때 적용할 매뉴얼을 9월 중으로 완성해 일선서에 배포할 방침이다. 또, 9월 중순께엔 일선 경찰서 과장ㆍ팀장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매뉴얼에 따른 김영란법 관련 수사 방안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얼마 전 나온 국가권익위원회 법률해설서를 바탕으로 수사매뉴얼을 만들고 있지만, 판례가 없는데다 권익위 해설서에 벌칙에 대한 규정이 충분치 않아 자체적으로 추가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단계”라며 “9월까지 수사매뉴얼을 완성해 일선서에 배포하는 것이 내부적인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 시행 이후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일선 경찰서까지 교육이 진행돼야 하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예정대로 수사 매뉴얼이 완성되지 못하면 시간에 쫓겨 경찰관 교육이 부실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일선 경찰관들이다. 경찰청의 구체적인 지침을 기다린 뒤 후속 대책을 정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A 경찰서의 한 간부는 “아직 세부적인 지침이 내려온 바 없다보니 당장 현장에서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고소ㆍ고발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단속할 지, 부정청탁의 정확한 범위가 뭔지 등을 정확하게 법리적으로 따져야하는 만큼 최대한 세부적으로 지시가 내려오길 바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장 경찰들 입장에선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 B 경찰서의 한 간부는 “당장 사건을 다뤄야 하는 경찰관들은 정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직무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면 사건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일 처리가 늦춰지는 등 초기 혼란은 어쩔 수 없는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 위반과 관련된 각종 고소ㆍ고발로 인해 업무량이 폭증할 경우 가뜩이나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경찰 입장에선 다른 강력 사건 수사 등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의 내용이 모호해 일선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이드라인과 시행 방안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며 “김영란법 자체가 단속보다는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만큼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원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계도 및 교육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경찰이 김영란법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적용할 경우 자칫 표적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김영란법의 경우 내용이 모호하다보니 해석에 따라 위법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털면 먼지 안나오는 사람 없다’는 식으로 검찰과 경찰이 표적수사나 별건수사 등을 통해 법집행을 남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며, 이로 인한 인권 침해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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