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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셀 이용…3억 전세계약서, 14억짜리로 둔갑시켜
3억원 전세보증금 14억원짜리로 바꾼 40대, 변호사에게 12억 빌려

재판부 “사문서 위조한 뒤 돈 가로채 죄질 나쁘다”…징역 2년 선고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엑셀을 이용해 전세계약서의 보증금 칸을 위조한 뒤 이를 또 다른 대출에 이용한 40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 박남천)는 임대차계약서에 적힌 전세보증금을 부풀려 위조한 뒤 대출에 이용한 혐의(사기ㆍ사문서위조)로 기소된 송모(41)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송 씨는 2012년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빌려 간 8억원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리자 전세계약서를 위조해 이를 담보로 또 다른 대출자금을 빌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같은 해 11월 28일께 자신이 빌린 매장의 전세계약서에 적힌 전세보증금 3억원을 컴퓨터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증금 칸에 14억원이라고 고쳐써 계약서를 위조했다.

아버지로부터 빌린 빚을 갚기 위해 송 씨는 전세계약서에 적힌 보증금을 위조해 또 다른 대출을 빌리는 데 이용했다. 재판부는 “전세계약서와 채권양도승낙서 등 중요 문서들을 위조해 거액을 가로챘다”며 송 씨에게 2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송 씨는 이후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위조한 계약서에 미리 조각해 만들어 둔 매장 임대인 최 모씨의 도장까지 찍었다. 이러한 수법으로 그는 전세계약서 1장과 채권양도승낙서 1장을 완벽하게 위조했다.

같은 해 11월 29일께 송 씨는 서울 구로구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호사 김모 씨에게 위조한 전세계약서와 채권양도승낙서를 담보로 제공하며 12억원을 빌렸다. 아버지로부터 진 빚을 갚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송 씨는 결국 “빌려준 돈은 사업자금으로 쓰겠다”며 김 씨를 속였다.

송 씨는 “현재 이동통신업체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어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는데 임대차보증금 지급 용도로 12억원을 빌려주면 한 달 이내에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상환할 수 있다”며 “담보로 경기 의정부의 한 주택을 근저당권 설정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송 씨가 변호사 김 씨에게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주택은 이미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이러한 수법으로 그는 결국 김 씨로부터 12억원이 적힌 자기앞수표 1장을 받았다.

재판부는 “전세계약서와 채권양도승낙서 등 중요 문서들을 위조했다”며 “피고는 이를 이용해 12억 원이라는 거액을 가로채 죄질이 나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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