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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명중 4명만 쓰는 남성 출산휴가 연장 법안 與野 추진…‘그림의 떡’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여야가 20대 국회에서 남성의 출산휴가를 늘리는 법안을 나란히 추진하고 나섰다. 낮은 출산율을 높이고 남성의 육아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남성의 출산휴가 사용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상황에서 기간 연장은 실효성 부족한 ‘그림의 떡’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남성의 출산휴가 기간을 현행 3~5일에서 7~14일로 늘리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유급휴가 기간 또한 3일에서 5일로 연장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같은 법 개정안은 연장 폭이 더 크다. 남 의원은 남성 출산휴가 기간을 최대 30일까지 확대하고 유급휴가도 20일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낮은 남성 출산ㆍ육아휴직 사용률에 비춰보아 개정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통계청의 ‘출산 및 육아휴직 현황’에 따르면 2014년 한국 남성 가운데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은 모두 3421명이었다. 이는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7만6833명 중 4.45% 수준이다. 서울시가 지난 1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거주 남성 가운데 70% 이상이 출산ㆍ육아휴직 제도를 알았지만 실제로 사용한 비율은 약 3%에 그쳤다. 정부가 ‘아빠의 달 인센티브 도입’ 등으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상승세가 크지 않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이유로 ‘사내 눈치법’이 꼽힌다. 출산ㆍ육아휴직 사용 관행이 자리잡지 않은 대다수 기업에서 동료 직원과 상사의 눈치 때문에 사용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송모(33)씨는 지난 4월 첫 아이를 출산하며 무급 연차 휴가를 1일만 사용했다. 송씨는 “남자 선배ㆍ동료 직원들 중 유급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출산하는 날 회사에서 ’반차‘만 내라고 했지만, 그건 안 된다고 우겨서 하루 연차를 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안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근로 감독 강화,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의 방안을 함께 추진해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민정 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센터장은 “고용노동부에서 출산을 앞둔 근로자를 파악해 출산ㆍ육아휴직 사용 관련 근로 감독을 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 모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또 “현장에서 남성 출산ㆍ육아휴직을 낯설게 여기는 풍토를 바꾸고 육아가 남녀 공동의 몫이라는 인식을 확립하기 위한 방안을 국회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아가 해외에서 자리 잡은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도 검토해볼 수 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남성 육아 참여를 높이기 위해 남성의 육아휴직을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만들었다. 노르웨이는 1993년 부모가 신청할 수 있는 유급 육아휴직 기간 11개월 중 6주는 반드시 아빠가 담당해야 하는 남성 할당제를 처음 도입했다. 아이슬란드는 2003년 개정된 법에 따라 9개월 유급 육아휴직 중 3개월은 반드시 아빠가 신청해야 한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의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사용자의 비율은 20%를 웃돈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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