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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④] 김용태 “친박 사당(私黨)을 공당(公黨)으로 복원하기 위해 나왔다”
[헤럴드경제=이형석ㆍ유은수 기자] “내가 새누리당을 바꿀 적자(嫡子)다.” 49세의 젊은 당 대표 김용태 의원은 확신과 자신감에 차 있었다. 김 의원에게 현재의 새누리당은 한때 존경 받았지만 병들고 늙은 아버지, 그리고 비바람에 찢긴 낡은 집과 같다. 때문에 새누리당의 이름으로 서울 험지에서 내리 세 차례 당선된 자랑스러운 아들, 김용태가 당을 리모델링해야 할 사명을 가진 셈이다.

김 의원이 당 대표로 출마한 이유는 간명하다. “친박 패권을 청산하고 친박 사당(私黨)을 공당(公黨)으로 복원하기 위해서” 지난 5월 당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지만 친박계의 비토(Veto)로 이틀만에 사퇴한 상처가 있음에도, 굴하지 않고 친박 패권을 비판하는 그에게 ‘강성’이란 이름표가 붙는다. 하지만 김 의원은 “나는 강성이 아니라 상식”이라고 맞받아친다.
8ㆍ9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한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을 28일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김 의원은 정병국 의원과 단일화에 합의해 29일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정병국 후보와 당 대표 단일화에 합의한 이유도 ‘친박 패권 청산’이 있다. 두 사람은 새누리당이 미래로 나가려면 친박 패권을 청산하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공감한다. 하지만 ‘내가 하겠다’라는 욕심이 없을리 없다. 김 의원은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만 하루도 안 남은 28일, “나는 ‘진인사(盡人事)’했으니 남은 건 ‘대천명(待天命)’”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일문일답.

-당 대표 출마의 ‘캐치프레이즈’를 꼽는다면.

▶이번 전당대회의 기본적인 목표는 친박 패권이 만들어낸 친박 사당을 공당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민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중요한 건 우리 스스로 현재 처한 위치를 정확하게 인정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원래 우리 동네에서 가장 근사한 집, 동네에서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아버지였다. 나는 그 집에서 태어나 학교에 다니고 집안 이름으로 국회의원도 3번이나 됐다. 이제 집이 비바람에 찢겨 구식이 됐고, 아버지는 병들고 늙었다.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나에게 사람들이 ‘그럴 거면 당 나가라’고 한다. 나는 집을 나갈 사람이 아니라 우리 집이 낡고 아버지가 병들면 고쳐야 할 사명을 가진 사람, 이 당의 주인이다. 친박이 아니라고 새누리당의 정체성에 안 맞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 당에는 김영삼의 역사, 이명박의 역사도 있다. 그런 것들이 어우러져서 새누리당이라는 집이 완성된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각을 세우기 때문에 친박을 제외한 다른 세력과도 어울리기 힘들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나는 강성이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다. 우병우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 물러나라고 하는 사람이 129명 소속된 여당에서 당권주자 몇 명하고 비상대책위원회 김영우 의원 한 명 밖에 없다는 게 창피하지 않나. 자기 아들을 의경에 보낸뒤 서울시경찰청 차장 운전병으로 보내 1년 58회 외박시키고 85회 외출 시킨 사람에 대해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들이 중립이고 김용태가 강성인가. 그래도 나는 그런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말도 못하게 만든 건 패권이 만들어낸 폐해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상적으로 국회의원 역할하기 위해서라도 이 당을 밀실에서 좌지우지한 패권을 청산해야 한다.

-정병국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했지만, 공동성명을 냈던 주호영 의원은 빠졌다. 정 의원과 공유하는 가치가 뭔가.

▶친박 패권을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 정 의원과 나는 새누리당이 앞으로 나가려면 패권을 청산하고 새로운 리더십 세워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주 의원은 (4ㆍ13 총선에서) 친박 패권의 희생자였지만, 본인이 왜 전당대회 나왔는지 알릴 시간이 적었다고 해 일단 빠졌다. 아쉬움은 있지만 본인 판단이다. 이정현과 이주영 후보는 아무리 분칠해도 친박 패권에 속한 사람이다. 청와대 홍보수석, 장관까지 하면서 누릴 것은 다 누렸다. 두 사람은 청와대의 잘못된 점에 대해 눈을 감는다. 한선교 의원은 올곧은 사람이지만, 패권의 혜택을 못 누렸을 뿐 패권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

-단일화에 이길 거라고 자신하나.

▶29일 오후 1시면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거다. 나는 할 일을 다 했다. 진인사(盡人事)했으니 이제 그야말로 대천명(待天命)이다.

-전당대회 공약에서 2030 세대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소통 방법과 보수 정당의 청년 정책이 궁금하다.

▶새누리당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청년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다. 야당의 청년 정책, 청년고용할당제나 청년수당은 말장난과 환상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청년들은 ‘우리를 배려하고 있다’며 관심을 가진다. 새누리당은 청년에게 거부당하고 있지만, 명실상부한 공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로 되살아나야 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결과 모병제가 방법이다. 특히 모병제는 인구 감소와 일자리 부족 해결을 위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005년에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43만명이었으니, 2026년에도 징병제를 유지하면 군 복무를 42개월 해야 한다. 불가능하다. 그러니 선제적으로 군 체계를 뜯어고쳐 25만개 신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전당대회에서 정치 개혁 같은 당내 문제만 이야기하지만 우리 사회의 큰 화두부터 다뤄야 한다.

-당 대표가 되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12월 대통령 선거를 관리해야 한다. 자신만의 전략이 있나.

▶많은 사람들이 ‘새누리당이 화합하면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한다. 그들만의 리그다. 국민들은 이 리그에서 이미 채널을 돌렸다. 새로운 CEO가 경기장, 리그, 게임의 룰을 완전히 바꿔야 재보궐도 있고 대선도 있다. 국민들에게 새누리당이 바뀌고 있다는 극적인 그림, 느낌, 실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처음으로 청와대 앞길을 개방했다. ‘군부에 시달려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던 국민들이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 지지를 받고 단칼에 하나회를 해체했다. 당 대표실에서 소파를 없애겠다는 것도 국민들이 ‘새누리당은 뻔하지’라고 하는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일환이다. 전국 253개 당협에서 매주 ‘민원의 날’을 시행하고, 당비와 국고보조금 회계를 감사원 감사 받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내 시도가 가볍다는 어떤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무거운 생각으로 당을 잘 이끌고 왔느냐고 되묻고 싶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에서 마쳐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뭐라고 보나.

▶노동개혁이다. 그런데 정부가 스스로 노동개혁을 걷어찼다는 게 가장 뼈아픈 실책이다. 지난해 공무원 연금 개혁을 통해 받은 동력으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냈고, 그걸 또 다른 동력으로 국회에서 (노동개혁) 법을 통과시켜야 했다. 우리 사회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5~10년 동안 해결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조바심으로 국정교과서 이슈를 제기함으로써 노동개혁의 동력까지 상실해버렸다. 게도 놓치고 구럭도 잃은 셈이다. 이제 노동개혁의 100%, 50%가 아니라 20~30%라도 추진해야 한다. 야당과 협상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정책의) 100%라는 명분만 추구해서 실제로 얻은 건 ‘빵(0)’이었다. 내가 원하는 건 실질과 결과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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