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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에는 교훈 얻을까…메르스백서 “위험 과소평가…국가방역체계 부실” 인정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메르스의 위험을 과소평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메르스를 막아낼 국가 방역체계 자체가 부실해 사전 대비도 충실하지 못했다”

29일 발간된 정부의 ‘2015 메르스 백서:메르스로부터 교훈을 얻다!’는 메르스 환자수가 총 186명으로 늘어나고 38명이 숨을 거두기까지 정부의 대응상황을 조목조목 짚었다.

메르스 백서가 공개한 충남도에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자, 격리해제자, 병원 관계자, 감염병 전문가 625명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에서 중앙정부의 메르스대응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에 그쳤다. 60%는 ‘불만족했다’고 응답했다.

2015년 5월20일 68세 남성이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그의 부인도 메르스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방역 당국은 메르스가 사람끼리는 옮기기 어려운 질환으로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이 중대한 오판 때문에 첫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이 밀접접촉자로 분류, 관리되지 않고 다른 대형 병원들로 흩어지면서 사태가 확대됐다.

당국은 최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지 않은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5월 28일에야 판단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건복지부는 5월28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조직하고 상황실을 설치했지만, 준비가 충분치 않아 혼란이 잇따랐다. 환자 발생 추이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자료 ‘메르스 유행곡선’은 대책본부가 설치된 지 열흘이나 지난 6월7일에야 발표됐다.

당시 대책본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정부의 대응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59.8%나 됐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교육, 대응 활동 등에 참여한 적이 있는 관계자는 30.2%뿐이었다. 방역 최정점에 있는 중앙대책본부가 허둥대는 동안, 일선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은 없는데 보고할 곳은 많다”는 아우성이 이어졌다.

지방자치단체는 의심환자와 확진 환자를 찾아내고 격리하는 핵심 업무에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메르스 일일상황보고’, ‘밀접접촉자 일일 상황보고’, ‘의심환자 감시보고’, ‘의료기관 모니터링 현황 보고’, ‘접촉자 관리대장 보고’ 등을 요구해 일손 부족을 부추겼다.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환자 수만 늘어났고, 준비안된 방역 당국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메르스 환자를 간호한 딸이 방역 당국의 검사 거부 이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격리 대상에서 누락돼 중국으로 출국해 버린 확진환자의 가족도 메르스 환자로 확인됐다. 방역에는 구멍이 뚫렸는데,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이 공개되지 않자 공포는 커져만 갔다. 국민은 정부의 정보공개를 기다리지 않고 ‘메르스 확산 지도’ 등을 만들며 직접대응하기 시작했다. SNS에 괴담과 유언비어가 빠르게 퍼진 것도 이때였다.

여기에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와 관련해 서울시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자 보건당국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결과 응답자의 68.3%가 정부의 메르스 대책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메르스 백서는 “대다수 국민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 등의 목소리를 구분하지 않고 공공영역으로 동일시한다”며 “관계기관이 잘 공조해서 당국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위기소통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꼬집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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