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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석 같은 우상호, 우상호 같은 정진석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적이지만 묘하게 닮았다. 여당이면서도 ‘여당스럽지 않고’, 야당이면서도 ‘야당스럽지 않다’. 비대위 체제에서 사실상 두 당을 이끄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얘기다.

“허허실실하는 사람이 아니다. 가만히 보면 ‘자기 정치’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더민주 한 원내 주요 인사의 정 원내대표 평가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지지를 업고 원내대표직에 올랐다. 당 주류의 지지다. 하지만 이후 혁신위원장 임명 등 계파 이해관계가 민감한 사안마다 예상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비박계 인사를 중용하면서도 친박계의 반발이 거셀 땐 고개 숙여 사과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원내대표 취임 초기 계파를 초월한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면, 최근엔 주요 현안마다 여당의 틀을 깨는 발언을 이어간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 대표적인 예다. 정 원내대표는 “검찰 스스로 개혁이 지지부진하면 공수처 신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여권은 한나라당 시절부터 당론으로 공수처 신설을 반대해왔다. 개별 의원이 아닌 여권 원내대표가 직접 공수처 신설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야권 역시 곧바로 “정 원내대표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응답했다.

사드 배치 후보지인 경북 성주를 방문해선 “성주군민이 끝까지 반대하면 사드 배치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드 청문회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부를 상대로 청문회도 열겠다는 여권 원내대표다.

정 원내대표가 여권 원내대표이면서 여권스럽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면, 우 원내대표는 정반대다. 야권 원내대표이지만 통념적인 야권 정체성을 깨는 행보로 주목받는다. 예측과 고정관념을 깬다는 점에서 두 원내대표는 닮았다.

우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라는 당 안팎의 압박에도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하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북한에 할 말은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우 원내대표다. 북한 문제나 사드 모두 모두 전통적인 야권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야권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반발에도 우 원내대표는 굳건하다. ‘정권교체’라는 명분을 위해선 야권의 ‘커밍아웃’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전통적인 여야 틀을 깨는 두 원내대표의 파격은 당연히 기존 여야 주류의 반발을 수반한다. 흥미로운 건 이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있을지언정 사생결단 식의 정면 반발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원 공략이 여야 공히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여권스럽지 않은, 야권스럽지 않은 전략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더민주 내에선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라 정 원내대표를 호평하고, 새누리당에선 “그래도 합리적인 인물”이라고 우 원내대표를 평한다. 각자 상대당으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야를 넘나드는 이들의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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