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개점휴업 ‘공동협의체’…집단대출 일방통행에 시장 혼란만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금융당국이 거대한 눈덩이로 비유되는 가계대출을 잡겠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근엔 중도금ㆍ잔금ㆍ정비사업대출 등 ‘집단대출’이 주요 표적이다. 하지만 대출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인 주택시장에서의 부작용이나 혼란을 관리하는 것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시중 은행의 집단대출 건전성을 끌어올리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시중은행으로부터 집단대출 현황자료를 받아 현황 분석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담당하는 집단대출 보증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집단대출 관리에 나서자 주택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집단대출이 주택시장에 몰고 올 부작용 등에 대한 고려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이런 움직임의 밑바탕에는 집단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00조9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데에 집단대출이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감독기관은 보고 있다”며 “앞으로 집단대출을 내줄 때도 소득심사를 철저히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탄탄한 사전준비가 빈약한 탓에 주택시장에서 혼선만 커진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미 자체적으로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했다. HUG가 정비사업(재건축ㆍ재개발)조합에 정비사업대출 보증을 받아올 것을 요구하거나 대출한도를 대폭 낮추는 식이다. 어렵사리 대출금을 내주더라도 금리를 높게 책정하기도 한다.

새 아파트에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이 기존 중도금 대출을 잔금 대출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올해 하반기 전국적으로 15만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입주를 진행한다. 내년부턴 입주물량이 크게 확대된다.

이처럼 주택시장은 동요하고 있으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어떤 조치를 내릴 상황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긴밀히 엮여 있는 금융과 주택시장의 현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된 국토부-금융위 주택금융 협의회는 3개월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직전 회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지방 시행을 앞두고 있던 4월 15일에 열렸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이 실태파악에 나선 것이 반드시 집단대출을 규제하겠다는 전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니다. 현황을 파악하자는 목적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며 “금융당국과 지속적으로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장 (회의를 열어) 특별하게 다룰 이슈는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부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만큼, 주택정책 당국도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단대출은 주택공급 체계와 연동해서 봐야 한다. 이미 주택인허가나 분양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자금만 틀어 막으려면 다른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다”며 “대출이 많다고 해서 금융 쪽만 떼어 볼 게 아니라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y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