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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살 앓는 골프장 회원권]골프장 회원권 승계분쟁 속출…법원“도산땐 법적 보호 불가”…전국 절반이 ‘휴지조각’ 우려
현행법상 보장범위 극히 제한적
신탁 공매땐 17%만 인정 판례
전국 50% 자본잠식 상태
19곳은 기업회생절차 진행



[헤럴드경제]#. 경북 김천 베네치아 골프장 회원인 A 씨는 요즘 입회금을 날릴 수 있다는 생각에 수시로 화가 치민다. 그는 지난 2008년 4500만원을 내고 이 골프장 회원으로 가입했다. 싼 가격에 좋아하는 골프도 치고, 나중에 입회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손해볼 게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골프장은 수년 간 적자에 허덕였고 끝내 은행에 진 빚을 갚지 못해 신탁 공매에 넘어갔다. 그러더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2014년 골프장을 낙찰 받은 B사는 회원권 승계를 거절했다. 500여명의 회원들은 “입회금을 반환해 달라”며 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1ㆍ2심에 걸쳐 “업체가 입회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회원들은 상고했고 현재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도산한 회원제 골프장의 기존 회원권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면서 골프장 회원권 소지자들이 좌불안석이다. 작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회원권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회원들과 골프장을 새로 인수한 업체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도산한 골프장을 인수한 업체가 기존 회원들의 회원권이나 입회금을 보장해야 하는 경우는 일부에 한한다. 체육시설법 27조 2항은 부도업체가 ‘경매’, ‘환가’, ‘공개매각 절차’와 ‘이에 준하는 절차’로 팔릴 때만 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상적인 거래로 팔리지 못하고, 결국 신탁회사에 의해 ‘공매’ 절차를 거치는 경우다. 관련법에는 골프장이 ‘부동산 신탁공매’를 통해 처분될 경우 회원들의 권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신탁공매로 처분된 골프장 회원권을 매수자가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5월 대법원 민사3부는 경기도 안성의 회원제 골프장 ‘안성Q’를 인수한 회사를 상대로 기존 회원 242명이 낸 입회금 소송에서 입회금의 17%만 돌려주면 된다고 판결했다.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주인이 바뀐 회원제 골프장이 기존 회원들에게 입회비 전액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다.

이런 이유로 경영상태가 어려운 골프장 회원권 소지자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남안동CC을 공매로 인수한 업체는 1600여명의 회원들에게 회원권을 승계할 수 없다고 선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소송전이 진행되는 곳도 많다. 충주 상떼힐 골프장, 익산 웅포베어리버 골프장 등이 새로 인수한 회사가 회원권을 인수하지 않아 기존 회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거나 소송전이 진행되는 곳이다.

이 문제는 향후 더 지속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지난 5월 기준 기업회생절차가 진행중인 골프장은 19곳에 이른다. 회원제 골프장 중 과반 이상이 빚이 자산보다 큰 ‘자본잠식’ 상태인 것을 고려하면 분쟁은 확대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대법원이 인정했던 것처럼 회원권 100% 승계를 인정하지 않는 게 골프장 인수 합병 시장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기관에 돈을 빌린 부도업체는 불어나는 이자로 고통 받고, 신규 인수업체는 수백억을 들여 부도업체를 인수했지만 기존 회원 때문에 개장을 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회원권을 가진 선의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고, 처음부터 회원권 배제를 당연시한채 값싼 매물만을 노려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 많아져, 시장이 혼탁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입법적인 해결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종수 교수는 “체육시설법 해당조항에 ‘신탁법’에 의한 신탁재산의 공매도 포함시켜 회원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 공청회 등을 거치는 등 입법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이같은 건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주무부처인 문체부와 중앙정부가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빠른 시일 내 입법을 통해 현재 발생하는 불필요한 행정 비용을 줄여야한다”고 촉구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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