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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재단 출범 ②]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정부, ‘저지래‘ 말고 가만히 있으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인터뷰 해보니

-“피해자의견 무시된채 일방 설립된 화해ㆍ치유재단 반대”

-“일본 ‘위로금’ 아닌 공식사과ㆍ법적배상이 우선돼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일본 정부가 내는 돈이 ‘배상금’이 아니라 ‘위로금’이라는데, 그 돈 몇푼 때문에 위안부 할머니들이 수십년 싸운게 아닙니다. (일본 정부와) 그런 식으로 합의해서 수십년동안 할머니들이 쌓은 성과를 저지래(‘잘못하는 행동’의 경상도 사투리)하려면 우리 정부가 아에 손떼고 차라리 모르는채 하는게 낫습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우리 할머니들은 일본으로부터 정부차원의 제대로된 사죄와 역사 인정, 법적 배상을 받기 전엔 이 싸움을 절대 끝낼 수 없습니다.”

28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쉼터에서 만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0) 할머니는 기자에게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날 오전 공식 출범한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재단인 ‘화해ㆍ치유재단’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 최고책임자의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책임 없이 ‘위로금’ 형식으로 받은 10억엔으로 운영되는만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할머니는 “살아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에서 몸 성히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이 5~6명에 불과할 정도”라며 “이런 할머니들을 두고 (28일 열린)재단 출범식에 오지 않으면 이번뿐만 아니라 다음에도 돈을 못준다는 식으로 호도하는게 제대로 된 정부냐”고 비판했다.

[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0) 할머니가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직접 그린 ‘14세 소녀시 끌려가던 날’이란 제목의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경남 양산이 고향인 김 할머니는 지난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끌려가 대만, 인도네시아, 싱가폴, 인도 등에서 성노예로 고초를 겪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김 할머니가 머무르는 정대협 쉼터를 비롯해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또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인 ‘나눔의집’에서 지내는 분들은 김태현 화해ㆍ치유재단 이사장의 방문도 거절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의견도 제대로 묻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합의해놓고, 이제와서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태도에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란게 김 할머니의 설명. 김 할머니는 “일본과의 잘못된 합의부터 취소하고 만나러 오라는게 우리 할머니 대부분의 심정”이라며 “고령의 피해자들이 모두 돌아가시기전에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조건이라도 합의했다하지만 이것도 변명에 불과하다. 비록 당사자들이 생전에 해결되지 않더라도 미래 세대들이 끝까지 싸워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되찾아줄 것이라 믿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재단 설립에 맞서 정대협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성금을 모아 지난달 ‘정의기억재단’을 별도로 출범시켰다.

김 할머니는 눈 건강이 악화돼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달엔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해 자이드 유엔인권최고대표를 만나 위안부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일본에 대해 비판하고, 지난해 12월에 통과된 ‘한일 위안부 합의’의 부당함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해외에 나갔을 때 만나는 사람들이 한일 정부가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축하인사를 해올 때마다 일이 단단히 잘못됐다는 걸 새삼 더 절실하게 느꼈다”며 “그들에게 한일 합의가 피해 할머니들의 동의가 없는 일방적인 발표에 불과하며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해주자 놀라는 표정이었다”고 했다. 이어 “30년 가까이 운동을 해오며 일본의 만행을 알려왔는데, 우리 정부때문에 지금까지의 노력이 허사가 됐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며 “정부가 나서지 않아 피해자들이 스스로 그동안 진행했던 민간의 노력을 수포로 돌린 우리 정부는 정말 나쁜 정부”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통과된 ‘한일 위안부 합의’의 부당함과 일본 정부의 ‘위로금’을 바탕으로 출범하는 ‘화해ㆍ치유재단’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일본대사관 앞에 위치한 ‘평화비 소녀상’의 이전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이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만난 한일 외무장관 사이에 관련된 협의가 또 있었다고 알려진 점을 두고 김 할머니는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할머니들이 이처럼 싸우고 있는건 고작 일본에서 주는 ‘위로금’ 몇 푼 받겠다는게 아니다. 전쟁 중에 몸 팔려 간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고, 이 점을 제대로 사과받아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는 김 할머니는 “지금껏 번번히 거절만 당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만나 제대로된 역사와 피해 할머니들의 바람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싶다”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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