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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탈출 낭인들 ③]놀 곳 없는 선진국?...마트ㆍ백화점만 북적북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최근 경기도 김포 아라뱃길 근처에 있는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에서는 주말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건물 사이로 흐르는 인공 수로에 아이들이 발딛을 틈 없이 빼곡히 모여 있는 것이다. 무릎 깊이도 되지 않은 얕은 물이지만 뜨거운 땡볕 아래 아이들은 시원한 물놀이에 여념이 없다. 일부 아이들은 아예 작정을 하고 수영복을 입고 와 놀기도 한다. 아울렛 측은 당초 인공 수로를 관상용으로 만들었지만, 아이들 놀이터로 수로에 대한 반응이 뜨겁자 비치타올을 대여하는 등 아예 발벗고 나섰다. 서울 연희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35) 씨는 “이 아울렛은 매장보다도 인공 수로가 더 유명하다”며 “날씨가 더워지면 아이를 데리고 종종 온다”고 했다.

서울시내 한 아울렛 카페 이미지.

연일 33도를 웃도는 땡볕 더위가 지속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마음도 타들어간다. 활력이 넘치는 아이들은 자꾸 나가자고 졸라대는데, 밖은 너무 덥고 습해 외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땡볕에 신나게 놀다 보면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쉽게 지칠 수 있고, 자외선에 지나치게 노출돼 피부가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래서 엄마들이 궁여지책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로 백화점이나 마트, 아울렛 등 유통업체로 가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우선 건물 전체가 냉방으로 시원한데다 실내라 피부가 탈 걱정이 없다. 여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키즈카페, 블록카페, 아이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 등이 있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도 좋다. 또 최근 유통업체들이 전국의 맛집들을 푸드코트에 적극 입점시키면서 끼니 해결하기에도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나가는 길에는 장도 볼 수 있어 주부들 입장에서는 일석사조인 셈이다.

서울 상암동 H마트에서 만난 주부 신모(35) 씨는 “아이가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 하는데 요즘 같은 날씨에 밖에서 놀았다가는 더위를 먹을 수 있다”며 “마트에 오면 시원한 곳에서 애들이랑 놀면서 밥도 먹고 쇼핑도 할 수 있어 주말에 자주 온다”고 했다.

아이가 5세 이상인 엄마들은 백화점도 훌륭한 선택이다. 백화점 문화센터 여름학기에 각종 악기와 미술, 발레 등 아이들을 위한 수업이 많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학원을 보내기 전 아이들의 흥미를 알아보는데 백화점 문화센터 수업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게 엄마들의 귀띔이다. 여기에 5세 이상 수업은 대부분 부모와 떨어져 진행되기 때문에 엄마들은 아이가 수업을 듣는 동안 차 한잔의 여유나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이 이렇게 더위를 피한다고 해서 엄마들의 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면역체계가 취약한 아이들이 감기나 수족구 등 전염병에 쉽게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내수동에 사는 주부 김모(39)씨는 “일부 엄마들이 수족구 같은 전염병에 걸려 어린이집에 못보낸 아이들을 집에서 답답해 한다며 마트나 키즈카페로 데려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키즈카페에 다녀와서는 평소보다 깨끗이 씻기지만 걱정은 된다”고 했다.

또 키즈카페와 같은 기타 유원시설은 지자체 신고로만 개업할 수 있는데다 관리 역시 판매 음식의 위생점검만 받을 뿐 카페 내 시설점검은 받지 않는 등 안전에 취약하다는 점도 걱정거리 중 하나다.

서울시 관계자는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된 키즈카페는 연 2회 식약처로부터 (점검) 명단이 내려와 식품위생 부문에 대해서만 점검하게 된다”며 “시설 안전은 점검 대상이 아니며 점검 대상 역시 실제 지자체에 등록된 시설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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