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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뷰티풀마인드’, 저조한 시청률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연일 낮은 시청률에 대한 이야기만 쏟아졌다. 이를 정리라도 하려는 듯 KBS2 ‘뷰티풀마인드’는 16회에서 14회로 축소 편성을 확정했다. 이 결정 뒤 25일 방송된 11회는 드라마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 회분보다 0.5% 포인트 하락한 3.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초라한 성적을 받아 들었다.

애석하게도 뒤이은 11회와 12회 방송은 그 어느 회차보다 ‘뷰티풀마인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 ‘뷰티풀마인드’는 흔한 멜로나 의학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오히려 더 무겁고 어둡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드라마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뷰티풀마인드’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천재 신경외과 의사 이영오(장혁)이 환자들의 죽음을 보면서 사랑에 눈을 뜨고 인간성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다. 큰 틀은 이렇지만 매회 다양한 환자와 새로운 수술이 주어지는 등 애피소드로 구성돼 있어 다양한 인간군상과 사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충남대 윤석진 교수(드라마 평론가)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새롭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의학드라마를 통해 사회현상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드라마”라며 “그 동안 의학드라마에서 남녀 간의 사랑이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주로 다뤘다면 여기서는 사회적 현안도 심도있게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뷰티풀마인드’는 매회 애피소드를 통해 불편하지만 실제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제와 인간의 이기심을 이야기한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11회 방송에서는 구의역 사고를 빗댄 듯한 에어컨 실외기 설치 기사의 죽음과 대리모 문제, 구조조정, 임신 순번제 문제 등을 다뤘다.

에어컨 실외기 설치기사는 홀로 에어컨 실외기를 달다가 추락해 병원으로 실려오지만 결국 숨을 거둔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밥 먹을 여유도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지고 다니던 가방 속에는 컵라면이 있었다. 이는 지난달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안전문)를 고치다 열차에 치여 사망한 한 노동자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꼬집은 것이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병원에 실려온 한 젊은 산모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치료를 거부한다. 알고 보니 산모는 생계를 위해 대리모 역할을 하고 있었고 만약 아이가 잘못되면 생활비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인간의 욕심으로 대리모를 고용했다가도 임신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버리는 이기심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재생의료를 위해 암투를 벌이는 현성그룹의 형제들로 인해 병원 내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된다. 이에 계약직 간호사가 가장 먼저 대상이 됐고 경력직 간호사인 장문경(하재숙)이 현성의학박물관으로 발령이 난다. 이에 장문경은 병원 내 간호사들끼리 2명 이상 임신하지 않도록 순번을 정해 놓은 ‘임신순번제’를 꼬집으며 항의한다. 여기서 이영오(장혁)는 인력감축으로 인한 대체인력으로 의료사고가 났다는 것을 밝혀 장문경을 병원에 남도록 돕는다. 아직도 현실 속에선 암암리에 임신순번제라는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여기서 재생의료 또한 생명 연장에 대한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성그룹은 줄기세포 연구로 생명 연장의 길을 찾으려 인력 감축도 서슴없이 단행한다.

이 외에도 부모에게 버려질까 두려워 아동학대에 시달리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아이, 가정형편 때문에 치료비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환자 등 우리 주변에 있지만 외면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올렸다. 지난 26일 12회 방송에서는 이영오 본인도 아동학대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영오는 아버지 이건명(허준호)의 의료사고를 감추려고 감정을 기계적으로 배우며 살아왔다. 인간의 욕심으로 괴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영오는 전두엽 손상으로 공감능력을 잃었지만 점차 환자들을 보면서 점차 고통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 이영오라는 캐릭터도 인간 군상 중 하나의 피해자이지만 아픔을 극복하는 인물로 인간애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진 교수는 오히려 사회적 문제를 다룬 것이 폐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윤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현안은 한 마디로 불편한 진실”이라며 “현실 자체가 시끄럽고 부조리한 것들이 많은데 대중들이 드라마를 통해서까지 그런 것들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애피소드 형식으로 사회적 현황을 다루는 게 동시대를 사는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다만, 불편한 이야기인데다 주인공 이영호라는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나 이해가 쉽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청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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