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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혼 깃든 우아함’ 한국 도자기, 예카테리나 여제 만난다
[헤럴드경제=함영훈기자] 흙을 빚고 구워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릇을 만들어내는 창작활동은 동서고금이 비슷하다. 일상과 예술이 교차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도자 공예이다. 동-서양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주제이기도 하다.

한국의 도자기는 정신적 요소가 진하게 깃들여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호평을 받고 있다. 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고자 무덤에 넣었던 정교한 상형토기는 고대인의 내세관을 보여준다.

귀족문화가 번성했던 고려시대에는 옥처럼 푸르게 빛나는 우아한 실루엣의 그릇이 귀족들의 세련된 취향을 대변한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청사기는 새로운 국가 조선의 생동하는 분위기를 나타내며, 절제된 아름다움의 백자는 조선이 지향했던 성리학적 이념을 대변한다. 

▶세계 3대 박물관인 러시아 예르미타시박물관(The State Hermitage Museum)

청자와 백자로 재구성한 우아한 식기 세트와 귀부인들의 화장품 용기, 문인들의 문방용품 등은 당시의 우리 실생활 곳곳에 ‘우아함’이 배어 있음을 말해준다.

보름달처럼 희고 둥글어 ‘달항아리’라 불리는 큰 백자 항아리는 가장 한국적인 미감을 보여준다고 평가받는다. 희면서도 완전히 희지 않고, 둥글면서도 완벽하게 둥글지 않은 점이 매력이다.

▶국보 제96호 청자 구룡형 주전자

토기부터 시작해 수천년 ‘우아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도자기가 유럽 최고수준의 예술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세계 3대 박물관인 예르미타시박물관(The State Hermitage Museum)에 가서 한국의 정신과 예술미를 뽐낸다. 재색과 카리스마, 예술적 감각을 겸비한 예카테리나 여제가 1764년 미술품을 수집해 모아둔 곳이 이 박물관의 시초이다. 그녀의 감각과 한국 도자기의 혼이 깃든 우아함은 잘 어울릴 것 같다.

▶보물 제1437호 백자 달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이 러시아측과 공동으로 오는 29일부터 11월6일까지 진행할 ‘불꽃에서 피어나다-한국도자명품전’에서는 국보 제96호 ‘청자 귀룡형 주전자’, 보물 제1437호 ‘백자 달항아리’ 등 지정문화재 11건을 포함한 전통 도자 307점과 이로부터 영감을 받아 창작한 현대 작품 35점 등 총 214건 342점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술가와 시민들을 만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예르미타시박물관은 1991년부터 문화교류를 했다. 1991년 예르미타시박물관 소장품으로 구성된 ‘스키타이 황금’ 특별전이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도자는 현대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도자사의 뛰어난 명품들과 함께, 현재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도 소개한다.

도예, 영상, 회화, 사진, 조각 등 각 분야의 대표적인 작가 11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우리의 아름답고 독창적인 도자문화가 현대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어떠한 영감을 주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중에는 이우환, 박영숙이 청화백자라는 형식을 차용하여 함께 창작한 작품, 우주적 4원소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김수자의 영상작품 ‘Earth, Water, Fire, Air’이 러시아 국민들에게 놀라움을 안길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수준 높은 작품이 망라된 이번 전시는 한국 도자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알릴 뿐 만 아니라 그곳에 거주하는 교민들에게도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울러 K-Pop 등 대중문화가 선도하고 있는 한류를 전통문화로 지평을 넓혀가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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