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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혐오의 덫 ②] ‘강남역 살인’ 두달여…온라인 속 ‘남녀 전쟁’ 비화
-넥슨 게임 성우 교체 논란…웹툰 사이트 환불 사태로 번져
-전문가들 “구조적 갈등…서로 존중하며 공존위해 노력해야”



[헤럴드경제=신상윤ㆍ김진원 기자] 남혐(남성 혐오)ㆍ여혐(여성 혐오) 논란을 불러 일으킨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이 사건을 통해 빚어진 ‘남녀 전쟁’이 최근 웹툰 사이트 ‘레진 코믹스’ 집단 환불 사태를 통해 다시 온라인에서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27일 트위터, 페이스북 등 복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지난주 일어난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 성우 교체 논란으로 빚어진 ‘남녀 갈등’은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 집단 환불 사태를 통해 지난 주말 정점을 찍었다.

니딕게임즈가 제작하고 넥슨이 배급한 ‘클로저스’는 게임에 참여한 성우 김자연 씨가 여성주의 사이트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었다가 남성 네티즌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자 “김 씨를 다른 성우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여자에게는 왕자가 필요 없다(GIRLS Do Not Need A PRINCE)’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이 옷은 ‘메갈리아’가 페이스북의 계정 삭제 반복에 반발, 민사소송을 위해 비용 모금 차원에서 만들었다.

[사진설명]지난 5월 ’강남역 살인‘으로 촉발된 ’남녀 전쟁‘이 최근 온라인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들로 보다 증폭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한 빌딩에서 있었던 ‘강남역 노래방 살인 사건’의 현장검증.

이 일을 계기로 온라인 여론은 게임업체를 옹호하는 편과 비판하는 편으로 갈렸다. 주로 남성이 다수인 업체 옹호 측은 ”메갈리아는 사실상 ‘반(反)사회 성향 단체로, 이에 찬동하는 사람은 대중이 즐기는 게임에 참여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여성이 다수인 비판 측은 “메갈리아는 여성주의 단체일 뿐인데 정치적 의견을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직업상 불이익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섰다.

이 사태는 김 씨가 “내가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사과 글을 올리면서 다소 잠잠해졌다가 지난 20일 다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졌다. ‘레진코믹스’에 작품을 올리는 작가 중 한 명이 트위터에서 김 씨의 뜻에 찬성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네티즌에게 비난을 받자 “그래서 (내)만화 안 볼거야?”라는 트윗을 올려 독자 비하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웹툰 작가가 해당 작가의 발언을 옹호한 반면 일부 독자는 “웹툰 작가들에게 권위의식이 있는 줄 몰랐다”며 비판했다. 유료 사이트인 ’레진코믹스‘에서는 남성 회원들의 대규모 환불 운동이 이어졌다. 이들 중 일부는 김 씨를 옹호했던 작가와 작품 목록을 거론하며, 모든 웹툰 사이트에 “이들 작가의 게재를 종료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한 여성 웹툰 작가가 같은 여성 작가들이 모이는 카페에 ‘게재 종료 운동’을 벌인 독자들을 빗대 ‘도다리같은 독자떼들’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해당 글의 캡처가 유출됐다. 이를 본 일부 남성 독자가 “우리는 개, 돼지보다 못한 도다리다”고 반발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이는 ‘강남역 살인’ 때와 양상이 비슷하다. 지난 5월 17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범인은 범행 동기에 대해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메갈리아’를 중심으로 한 일부 여성은 “한국 사회에 팽배한 여혐을 없애자”며 추모했고, ‘여혐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에 일부 남성은 “우리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데 잠재적 가해자로 매도하지 말라”며 반박했다.

이후 지금까지 온라인을 중심으로 ‘남녀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메갈리아’, ‘워마드’ 등 여성주의 사이트 회원들과 이들 사이트를 ‘반사회 성향’으로 규정한 일부 남성 네티즌은 포털 사이트들과 SNS 등에서 자신들의 성향과 맞지 않는 게시글에 악성 댓글을 남기며 반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갈리아’를 필두로 한 요즈음의 여성주의 운동을 하나의 차별 철폐 운동으로 인정하는 측과 비뚤어진 반사회 운동으로 보는 측으로 갈린 것이 온라인 속 ‘남녀 전쟁’의 핵심이라며, 서로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녀 갈등은 그동안 쌓인 사회구조상 문제라 금방 종료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잠재된 분노보다는 드러난 갈등이 낫다는 전제 하에 서로 존중하며 공존을 모색하는 논쟁이 필요하다”고 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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