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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상륙작전①] 중국판 ‘런닝맨’, 시즌5 편성도 밀렸다…제동 걸린 예능한류?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중국 방송사의 벽이 더 높아졌다. ‘예능 한류’로 콘텐츠 파워를 자랑했던 국내 방송사들 앞에 또 다시 규제의 장벽이 하나 더 놓였다. 대륙을 뒤흔든 인기로 중국 당국에서 예의주시하는 ‘달려라 형제’(중국판 ‘런닝맨’)는 최근 시작된 규제의 영향으로 시즌5의 편성을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중국의 방송 정책과 심의를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廣電總局)은 7월 1일부터 자체 제작물의 비율을 늘이고 자국 콘텐츠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외국 방송 콘텐츠에 대한 규제 강화 조치를 시작했다.

중국의 모든 위성 방송국은 황금시간대(오후 7시30분∼10시30분)에 외국 판권을 수입해 리메이크한 프로그램을 1년에 두 편 초과 방영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또한 기존에 방송 중인 프로그램 외에 신규 프로그램 방송은 1년에 한 편으로 제한되며 이 경우에도 첫해는 황금시간대에 편성할 수 없게 됐다. 


현지에선 이같은 규제 조치가 만들어진 배경으로 외국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비중이 떨어졌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의 폭발적인 인기는 이번 규제가 강화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판 ‘런닝맨’이 현지에 미친 영향이 상당하다. 중국 저장위성 TV와 SBS가 공동제작해 지난 2014년 10월부터 방송 중인 ‘런닝맨’은 현재 시즌4까지 방송됐다. 첫 시즌 당시 1%대로 출발한 프로그램은 시즌2에서 5%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최근 방송한 시즌4 역시 평균 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중국 전체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2014년 당시 중국 4대 위성(저장위성, 후난위성, 장수위성, 동방위성) 중 4위에 머물렀던 저장위성TV는 ‘달려라 형제’의 인기로 2016년 현재 시청률 1위 채널로 올라섰다.

‘런닝맨’의 포맷 수출과 시즌을 거듭하는 제작으로 SBS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만만치 않다. 포맷 수출을 통한 지적재산권 확보를 비롯해 시즌의 공동제작으로 수익을 나눠가진다. 시즌2에선 시즌1의 2배, 시즌3에선 세 배, 시즌4는 4배로 상승하는 식이다. 재원 확보가 시급한 국내 방송사의 입장에서 콘텐츠 수출을 통한 수익은 천군만마와 다름 없다.

한 방송사의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언급하며 “현재 국내 방송환경은 과포화 상태에 놓였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종편 채널의 콘텐츠가 경쟁하며 광고 시장을 나눠갖고 있다”라며 “하지만 광고시장은 나날이 줄어들고, 제작비는 상승하는 상황에서 각사마다 재원 확보가 어려워졌다. 수요가 많고 국내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있는 중국과의 교류는 이제 필수가 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 역시 “드라마든 예능 프로그램이든 가장 높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부분은 판권이나 포맷 수출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중국 시장은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지는 중국의 규제 조치는 국내 방송사의 숨통을 틔여줄 수 있는 활로를 차단한 셈이다. 물론 방송 관계자들 역시 촘촘히 조여오는 중국 당국의 규제 조치를 일찌감치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는 그 예측보다 “6개월~1년 가까이 빨리”(김용재 SBS 글로벌 제작CP) 왔다. 포맷 수출을 통한 지적재산권 확보 통로가 차단되면 국내의 우수 인력과 노하우만 빼앗기고, 중국의 하청업체로 전락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판 ‘런닝맨’과 ‘정글의 법칙’의 성공을 이끈 김용재 SBS 글로벌 제작CP는 그러나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용재 CP는 “중국 시장은 이미 과열돼있어 각 위성마다 콘텐츠 확보가 시급한데 자체제작 능력은 떨어져 직접 뛰어들긴 힘들고, 포맷 수입은 제한된 현재 상황에 각 위성사가 도리어 난리”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에선 콘텐츠 수급을 위해 흥행이 검증된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들로 앞다퉈 손을 뻗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는 강화됐지만 해법이 나오는 이유다.

김용재 CP는 “오히려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단순 포맷 수출을 벗어나 순수 공동기획의 방향으로 나아가면 새로운 활로가 열린다”고 봤다. 타방송사에서도 이 같은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도 콘텐츠 제작 노하우의 습득을 원하는 상황에서 기획 단계부터 양국이 함께 참여해 중국 현지를 겨냥한 순수 창작물을 제작하는 것이 새로운 흐름이라고 봤다. “철저한 본토화를 통해 현지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새로운 예능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김용재 CP)이 관건이 됐다.

실제로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현재 중국 제작사나 위성에서 국내 방송사는 물론 제작사로 기획을 제안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규제로 중국으로의 포맷 수출에 의존했던 국내 방송사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재 CP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하는데 노하우가 구축되지 않았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콘텐츠로 인정을 받으려면 작더라도 반드시 성공을 해야한다. 이번 규제로 각사의 예능 수출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방송 시장의 규제는 강화됐지만 모바일 시장은 또 다른 출구로 떠올랐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중국 현지의 변화도 불러왔다. 중국에서도 모바일 시장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콘텐츠 제작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신세계로 부상 중이다. 특히 ‘유튜버’ 등으로 통칭할 수 있는 개인 크리에이터는 현지에서 4000~500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된 국내 대형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모바일 콘텐츠는 5분 정도의 여상으로 빠르게 소비되며 시장이 확산되고 있다. 현지에서도 현재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그런 와중에 국내 모바일 콘텐츠의 기획물의 참신함을 보고 손을 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외주제작사는 현재 중국의 대형 인터텟, 모바일 업체와의 업무제휴를 추진 중이며, 딩고 스튜디오를 통해 독보적인 모바일 콘텐츠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메이크어스 역시 올초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유쿠투도우에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 원하는 모바일 콘텐츠 수출은 방송 콘텐츠 수출의 초기단계로 보면 된다”라며 “첫 번째 단계는 만들어진 콘텐츠의 수출이고, 중국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두 번째 단계다. 궁극적으로 공동기획으로 나아가는 협업이 될 것”이라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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